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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활용 교육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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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방안에 모서리가 매끄러운 책상이 놓여있고 벽 한쪽에는 아동용 책이 빽빽이 꽂혀있다.가슴 높이나 되는 높은 책상에 바짝 댕겨앉은 초등학교3학년 학생들이 책상 위에 신문을 수북히 쌓아놓은 채 골똘히 고민하고 있다.주부이자 독서지도강사인 정은주씨(37)는 자신의 집에서 잠원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하고 있다.이 학생들이 하고있는 공부는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갖가지 글자중에서 한 글자로 된 낱말,두 글자로 된 낱말,세 글자로 된 낱말등을 제한된 시간 안에 고른 뒤 이를 가지고 새로운 문장이나 문단 하나를 만드는것이다.수연이(9·여)는 선생님이 나눠준 종이에 신문에서 오린 ‘돌’ ‘선’‘맛’ ‘균’ ‘분양’ ‘문화’ ‘서울’ ‘가을’ ‘인터넷’ ‘대학교’‘쇼핑몰’ 등의 낱말을 붙여 놓았다.선택한 낱말의 활자 크기가 다양한데다 5분이라는 제한시간에 쫓겨 급하게 오려붙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종이는 산만하기 이를데 없다.보권이(9)가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진다.“선생님,‘변비’가 뭐예요”선생님은 약간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응가가 잘 나오지 않는 거야” 요령껏 아이들의 질문에 답해준다.이 뿐 아니다.‘뮤추얼 펀드’ ‘아웃소싱’ 등 어려운경제용어가 나오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질문을 던지고 선생님은 이에 대해 알기 쉽게설명을 하거나 ‘글쎄,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라며 위기를 넘긴다.아이들은 신문활용교육 시간이 너무 재밌다.제멋대로 글자를 오린 뒤 이 중 몇 개를 선택해 짤막한 문자를 구성한다.성인의 눈에는 신문은 새로울 것 없이 늘 같은 형태지만 그곳에서 단어 찾기에 분주한 아이들에게 신문은 ‘언어의 저수지’다.선생님이 “자,이제 오려붙인 낱말중 4개를 골라 짧은 글짓기를 해요”라고 말하는데 아이들은 하나라도 더 낱말을 붙이기 위해 선생님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잠깐투정을 부리기도 한다.‘집’ ‘만원’ ‘컴퓨터’ ‘세계최초’를 고른 수산나(9·여)는 잠시 천장을바라보며 고민을 한다.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수산나는 공책에 글짓기를 하기시작했다.‘새 집은 5만원으로 샀다.세계 최첨단의 컴퓨터가 있었다.정말 세계최초의 일이다’맞춤법은 틀리지 않았지만 어째 이상한 문장이다.선생님이 문장이 이상한 이유를설명해준 뒤 다른 낱말을 골라 다시 한번 써보라고 시킨다.수연이는 ‘돈’ ‘가을’ ‘사이버’ ‘다이어트’ 등 네가지 낱말을 골라 ‘돈을가지고 가을에 사이버 다이어트를 했다’는 문장을 작성했다.사이버 다이어트가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수연이는 “21세기에 나올 살빼기 방법이에요’라고 또랑또랑 대답한다.요즘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신문활용교육(NIE:Newspaper In Education)은 연령층에따라 다르게 진행된다.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한가지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나 글짓기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한다.대신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낱말들에 친숙해질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신문에서 고른 여러가지 낱말로 글짓기를 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와 같은 교육을 아이들에게 반복시킨 결과 글쓰는 능력이 놀랄만큼 늘어났다고 정씨는 밝힌다.정씨는 “교과서의 개정작업이 계속 이뤄지지만 내용은 사회의 빠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4백원짜리 신문 한부가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교과서이외의 살아있는 지식과 정보,언어를 접할 수 있는더없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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