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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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위한 생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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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작은 관심과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아이들의 작은 미소, 부부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작은 한마디 부모를 위한 작은 선물이나 용돈...이러한 삶의 자원들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어 간다.동네 단골빵집에서 아이들에게 줄 빵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찬바람이 부는 초 겨울 저녁이었는데도 얇은 스웨터 하나만 걸친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초등학교 2학년쯤 되었을까. 머뭇거리는 아이를 보다 못해 주인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물 줄까" "초를 좀 사려구요" " 초 초는 슈퍼 가야있지"."아니, 그런 초 말구요, 케이크에 꽂는 초 말이에요"이 엉뚱한 손님에게 흥미가 없어진 주인아저씨는 내가 건넨 돈을 금고에 넣고 거스름돈 세는 데 열중했다. 곁눈으로 보니 다 헤어진 소맷자락이며 더부룩한 머리가 어딘가 엄마의 손을 타지 못하는 아이라는 느낌이 애처로웠다. 아이는 작아진 목소리로 변명처럼 중얼거리며 주먹을 펼쳤다."엄마 생일이거든요." 50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이 몇 개인가 거기 있었다."여기는 케이크 파는데지 초 파는 데가 아냐! 초만 따로는 안 판다".야멸찬 아저씨의 말에 아이는 야단맞은 아이처럼 어깨를 움츠리며 바람마저 불어오는 가게 밖으로 슬며시 밀려나고 말았다."너, 저금통 깻니"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발길을 떼지 못하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 예 형이랑 모은걸로 엄마 선물 사고 초코파이 샀는데...초가 없어요""아줌마 집에 생일초 많은데 줄까 우리집 바로 저기야".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저희들끼리 엄마 생일축하준비하느라고 추운 줄도 모르고 생일초를 구하러 여기저기 빵집을 다녀 본 모양이었다. 부랴부랴 쓰지 않고 모아 둔 생일초를 몽땅 꺼내 아이 손에 들려 주었다. 신바람이 난 아이는 절을 꾸벅하더니 한달음에 집을 향해 뛰어가기 시직했다. 그 뒷 모습이 눈물이 나도록 사랑스러웠다. 저 아이 엄마는 오늘 얼마나 행복할까참 난 그 후로 다시는 그 빵집에서 빵을 사지 않았다. 석미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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