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교도관의 성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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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와 교도관은 충돌의 여지가 많다.한편은 자유를 제한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편은 자유를 갈구하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서로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잘 보이는 수도 있다.탈주범 신창원이 진심으로 존경하고 머리 숙이는 교도관이 있다.9급인 김선도씨다.얼어붙은 신창원의 가슴 속을 한 교도관의 무엇이 그렇게 녹였을까.김교도관은 징역형을 받기 시작하는 재소자들에게 항상 이런 주의를 준다고 한다.“징역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뭔가 배워야 한다.처음부터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그걸 습관화해야지 출소때가 되서야 비로소 기술을 배우려고 하면 안돼”그는 행동으로도 재소자들의 새로운 삶을 도왔다.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그는 번역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재소자가 사전이 없어서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다.그 재소자는 면회오는 가족마저 없는 외톨이였다.책 살 돈이 없는 그를 보고 모두들 안타까와했다.어느날 김교도관은 박봉을 털어 영어 일어사전을 사서 넣어 주었다.틈틈이 지나간 영자신문과 책까지 구해서 공부하는 재소자에게 전해주기도 했다.아무리 많아도 항상 얻기만 하려는 사람은 거지다.그러나 없어도 남에게 주는 사람은 부자다.김교도관은 바로 그런 부자였다.9급 공무원의 박봉으로 꾸려가는 단칸방 살림이었다.그는 안경이 깨어져서 책을 못보는 사람을 위해 안경을 사주기도 했다.그는 돈으로만 재소자를 돕는게 아니었다.더욱 귀한 따뜻함과 사랑을 전해주었다.신창원은 어느 푹푹 찌던 삼복더위 때를 잊지 못한다.김교도관은 직원식당에서 얼음을 얻어 통에 가득 담아가지고 목공반으로 왔다.거기서 일하는 재소자들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였다.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하얀 눈이철창밖의 세계를 온통 덮은 추운 겨울이었다.목공반의 재소자들이 추억같은 떡볶이를 먹고 싶어했다.간단한 일이지만 할 수 없는 것.그게 징역살이였다.재소자들의 소망을 알아차린 김교도관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 떡볶이를만들어 함께 먹기도 했다.모두들 그를 진심으로 따랐다.그러나 교정공무원으로서의 그는 철저했다.다른 사람들은 쇠톱같은 공구를 모범수였던 신창원에게 확인시켰다.그리고 그가 맞다고 하면 대충 넘어갔다.그러나 김선도 교도관은 달랐다.부정하게 감방안으로 유출되는 물건이 없는지 하나하나 직접 확인하고 챙겼다.삼사십분이 걸려도 적당히 넘어가는게 없었다.꼼꼼한 그의 성격이었다.신창원이 탈주하자 김교도관은 징계처분을 받고 좌천되었다.쇠톱과 담배를 건네주었다는 혐의와 근무소홀이 그이유였다.억울해도 그는 한마디 항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그는 항상 재소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내가 비록 말단 직원이지만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다 들어주겠습니다”내가 얻으려 하기 보다 항상 주려고 하는 마음.그는 우리 공무원 사회에서 숨어있는 진주같은 존재이다.죄인들의 회개는 작은 사랑에서 이루어진다.나는 가끔씩은 천사가 가장 낮은 직급의 교도관이 되어 죄인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을 본다./엄상익 변호사(법무법인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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