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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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경로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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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는 인생의 경험이 풍부하다. 따라서 삶의 지혜 또한 그만큼 폭넓게 축적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노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미덕이 있다. 그러한 미덕을 살려서 노소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뤄나가야 겠다. 옛날에 노인이 되면 멀고 깊은 산에 갖다버리도록 법률로 정해놓은 나라가 있었다.그러나 대신 한 사람은 늙은 아버지를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집부근 굴 속에 숨겨놓고 모셨다.그때 이 나라의 신이 왕한테 세 가지 문제를 내고 풀지 못하면 모든 것을 파멸시키겠다고 했다.첫째 뱀 두 마리가 있다.암수를 가려라.둘째 향나무 판자가 있다.어디가 뿌리쪽인가.셋째 모습도 크기도 똑같은 어미와 새끼말이 있다.이를 구분하라.왕은 어전회의에서 이를 풀도록 지시했으나 아무도 대답 못하자 대신들부터 목을 베겠다고 호령했다.그 대신은 이제는 죽었구나 하는 절망감에 마지막으로 아버지를 뵈러 갔다.아들의 낯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아버지가 묻자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아버지가 걱정말라며 가르쳐 주었다.첫째 부드러운 삼베 위에 뱀을 놓았을 때 움직이는 것이 수놈이다.둘째 향나무 판자를 물에 띄워 조금이라도 더 가라앉은 쪽이 뿌리쪽이다.셋째 말들에게 꼴을 주어라.어미말은 먹지 않고 새끼를 준다.버림받은 노인의 해답 덕분에 화를 면한 왕은 이후부터 노인을 버리는 법률을 폐지하고 자식들이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도록 명했다. 이 일화는 노인이 사회에서 공경받아야 할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그러나 오늘날의 노인들은 이야기 속의 노인처럼 쉽게 지혜를 발휘하고 곤경에 처한 젊은이들을 구할 입장이 못된다.지식의 발전속도가 워낙 빨라 젊은이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우리의 자랑이던 경로사상도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올해 76세인 서울 마포의 이모 할아버지가 1년반전에 운전면허를 딴 뒤차 뒤에 `초보운전'이라는 표지를 붙이고 나섰지만 숱한 수모만 겪었다.초보운전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온통 위협,욕설이었다.견디다 못해 `초보운전'을 `노인운전'으로 바꿨다.경로사상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운전자들에게 혹시나 하고.결과는 거짓말처럼 달랐다.젊은 운전자들이 양보하고 가능하면 도와주었다.운전기술로 치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의 미덕이 그렇게 살아 있었던 것이다.완전히 끝장난 사회는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그러면서도 뭔가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이처럼 꼭 노인임을 밝히지 않아도 서로를 배려하는 풍토라면 얼마나 좋을까.그렇게 되면 현재 23만5천여명에 이르는 65세이상 노령운전자들이 거리에서 고초를 겪지 않아도 된다.나아가 노인들도 마음놓고 운전할 수 있도록 시설과 제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그러면 노인들은 당당하게 거리에 나설 수 있고, 거기에 젊은이들의 경로사상까지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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