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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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움켜쥐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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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인이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하였다.노인 곁에 바짝 붙어 있다가 정류장에서 급히 뛰어내려 사라진 젊은 청년의 소행이 분명하다.이내 차 안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아이를 보듬고 있던 한 여자가 소매치기 청년을 두고 모진 욕설을 하였다.“허,어린 아이 앞에서 악담을 입에 담으면 되는가,모두 내 불찰이지.늙은 우리야 살다가 물려주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아까운 일이군.할 일이 많은 젊은이의 앞날을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노인의 말을 듣고 우리는 무언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 노인은 시가지 끝에 있는 사과밭 입구에서 조용히 내렸다.며칠 후,그 사과밭 앞을 차를 타고 지나갈 일이 생겼다.비가 내렸다.마침 길가에 서 있는 그 노인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아마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어린 강아지 두 마리를 바구니에 담아두고 그 강아지들에게 우산을 받쳐주고 있었다.저물어가는 노인의 그림자 옆에 구구거리는 새 생명의 미미한 움직임,‘우산을 쓴 강아지와 비를 맞고 있는 할아버지’ 이런 멋진 글이라도 엮어질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그 장면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새 생명을 위한 노인의 깊은 배려는 따뜻한 삶의 향기를 주위에 펼치고 있다.필시 그 노인은 과일나무의 작은 열매도,그 과원에 찾아드는 무명의 생명도 소중하게 다루어 주리라.지난 날,자주 지나다니는 시장 길에 어떤 한 노인이 가게를 하고 있었다.칠순이 훨씬 넘은 그 할머니는 하루종일 판자 끝에 앉아 장사를 했다.50이 이미 넘은 자식들에게 물려주라고 하면 “젊은 것들이 할 줄 알아야지요.모두 믿을 수 없어요”하며 대꾸했다.겨울 나무껍질 같은 그의 손에는 언제나 돈이 들려져 있었다.아무도 믿지 못하는 마음,자기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타인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그의 삶은 언제나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나이를 먹으면 자기중심적인 아집에 사로잡혀 자기만 주장한다.적당한 선에서 양보하는 그 물러남의 때를 안다는 것은 삶의 훌륭한 덕목이다.인생의 황혼에 서 있는 두 노인,큰 느티나무처럼 그렇게 넓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깊은 강물과도 같은 할아버지와 모든 것을 혼자 움켜쥐고 한평생을 달달거리며 살아온 할머니의 삶,행복은 구하기 힘든 것이기도 하지만 남의 탓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가짐에 따라 쉽게 얻을 수도 있고 또 자기의 완고함 때문에 결코 얻어질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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