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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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모는 택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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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번은 너희 어머니와 한 결혼식장에서 또 다른 식장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그게 무척 유쾌한 경험이 되었단다. 가는 길마다 길이 막히는 토요일 오후에 택시를 타는 것이 어떻게 유쾌한 경험이 되었는지 궁금하지택시를 타면서 제법 나이가 듬직한 기사에게 어머니가 말을 건넸단다."요즘 요금이 올라서 벌이가 좀 나아졌어요""지금 막 나오는 길인 걸요. 오늘이 제 생일이라서….""아, 그래요 축하합니다. 연세는 어떻게 되셨어요""예순 여덟이에요.""자녀들은요""2남 4녀인데, 손자들이랑 모두 스물 여덟 명이나 몰려와 집이 좁아 나왔어요.""자녀들은 다 컸겠네요""막내가 스물 여덟이니까 이제 다 끝났어요. 애들이 공부를 잘해서 일류는 아니지만 다 대학 나오고 취직도 잘해 잘 살아요.""그러면 일이 고되어도 신나시겠어요""예, 재미있어요. 그리고 이 택시를 몰면 좋은 일을 참 많이 할 수 있어요."짜증만 나게 마련인 택시 기사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고 좋은 일이 많다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아, 그래요. 어떤 좋은 일인데요""차를 몰고 가다 보면 아무도 안 태워 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불구자들, 애를 등에 업고 양손에 짐을 들고 있는 아주머니, 목발 짚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빨리 뛰지 못하니 택시를 잡지도 못하고, 또 택시 기사들이 싫어해요. 전 그런 사람들만 골라 태우지요. 먼저 탄 손님보고 '지금까지 온 요금만 받을 테니 양보하라'하고 그런 어려운 사람을 태워 주지요. 돈까지 안 받겠다는 데, 양보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지요."이렇게 말을 계속하는 아저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그 자체가 즐거운 모양이었다. 토요일 오후의 교통 사정도 전혀 짜증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이때 어떤 차가 우리 차 앞으로 무리하게 밀고 들어왔다."아이고, 저렇게 해 봤자 빨리도 못 가는데 괜히 마음만 급하지.""예순 여덟이나 되세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요.""모두들 그래요. 마음 편하게 사니까 그런가 봐요. 한 번요. 어떤 할머니가 버스를 기다리는데, 몸이 불편해 보여 태워 드렸지요. 멀리도 갔어요. 중계동으로 갔는데 골목까지 들어가서 내려 드렸더니, 버스 토큰을 내놓는 거예요. 토큰은 나중에 버스 타실 때 쓰라고 하면서 안 받으니까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요. 몇 천원 손해봤지만, 처음부터 요금 받으려고 태워 드린 것도 아니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아저씨가 그렇게 사시면 자녀들도 본을 받아 잘 될 거예요.""금년 들어 전 신문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 정말 불쌍한 아이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대학까지 공부시켜 줄 작정이에요. 전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워요. 제가 좀 덜 쓰면 그걸로 좋은 일 할 수 있거든요. 이미 몇 년 전에 자그마한 노인정을 하나 지어 계속 틈만 나면 찾아가서 돌봐 드리고 있지만, 노인들이 고마워하는 걸 보면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전 체육부 장관이었던 이 영호 씨의 《인생은 예행 연습 없는 마라톤이야》라는 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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