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혼자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가 힘든 걸음을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난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랐다. 남편될 사람이난 시부모님 그리고 친척들 친구들에게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모습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숨속에 맞은 결혼식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했는데 결혼식장에서 아버지는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도대체 주가 그런 운동화를 신으라고 했는지...누구에겐지도 모를 원망에 두 볼이 화끈거렸고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아버지의 무안한 듯한 표정도 뿌듯해 하시는 미소도 미처 보지 못한 채 결혼식은 끝났고 그 후로 난 결혼사진을 펴보지도 않았다. 사진속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만 봐도 마음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에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였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아가야, 느이 남편에게 잘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고 결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에는 행여 내가 넘어질까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도 사다 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난 그때 알았다.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도움말: 하나님자녀의 사명은 대단한 일을 추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보듬어 함께 사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일에 이웃을 보듬을 수 있는 일을 찾아봅시다. 따뜻한 말한마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