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바꾼 옛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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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바꾼 옛 도벽…후회해보지만남의 차를 몰고 가다가 길가에 있던 포장마차와 부딪치는 바람에 붙잡힌 청년이 있었다.구치소에서 만난 그는 범죄사실을 전부 시인했다.또 열두번의 절도전과가 있다는 사실도 금방 고백했다.소년원에서 소매치기 기술을 배워 그것으로 그동안 밥먹고 살았다는 것이다.“억울한 점은 없어요”내가 물었다.조금이라도 형을 깎을 자료를 찾는 게 변호사의 임무다.“자동차 한대 훔치려다 다리를 잃었어요.만져 보세요”나는 잉크빛 수감자 바지를 만져보았다.차고 딱딱한 금속성의 촉감이 전해져 왔다.의족이었다.“어떻게 이렇게 됐죠”내가 놀라서 물었다.“그날은 쉬는 날이라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어요.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내가 자동차를 훔쳤다지만 솔직히 그랬다는 기억도 없어요.병원으로 실려가서 다리가 잘려나간 것도 몰랐으니까요.다음날 다리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가려운 것 같아서 긁기도 하고 걸으려고도 했거든요”그는 흐느끼면서 지난날을 애기하기 시작했다.아버지는 일찌기 죽고 어머니는 도망갔다.그는 범죄에 물들면서 잡초처럼 자랐다.도둑질은 생업이었고 옥살이는 연례행사였다.그러다 오년전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생전 처음 사랑해 주는 여인을 만났기 때문이었다.포클레인 기술을 배워 공사장을 누볐다.시내버스 운전사가 되어 열심히 땀 흘렸다.자신이 생겼다.이제는 누구에게서도 손가락질 당하지 않으리라 생각됐다.그러다 이 날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만취가 된 그날 밤의 기억 속에 시동이 켜진 채 세워져 있던 어떤 차가 어렴풋이 떠오른다.그 다음은 모르겠다.마음 속에서 빠져나갔던 악마가 그가 참되게 사는 모습을 질투해 `동료 일곱'을 데리고 다시 그에게 들어왔나 보다.“이제 아내에게 제가 도둑놈이었다는 게 들통났어요.또 다리병신이 됐구요,앞으로는 징역도 살아야 하는데 아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행복을 찾아가도록 놔줘야 하겠지요”그의 애절한 물음이었다.그가 덧붙였다.“집사람은 지금 고된 식당일로 지칠대로 지쳐 있어요.내가 벌어 먹이지 못하면 쓰러질텐데.나 때문에…고생만 하고…”그의 얼굴에 가슴저린 회한이 떠올랐다.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순간 에야 `아,나는 정말로 행복했었구나'하고 느낀다.그러나 인생은 아무 때나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엄상익(변호사·법무법인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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