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보다 황홀한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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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투성이인 육신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또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져 황폐해져가는 삶을 내맡기고 있는 마약중독자들. 누구보다 단약을 간절히 원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들에게 치료나 재활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곳도,성공을 거둔 프로그램도 없었다.이런 점에서 마약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하 ‘사람들’)’은 치료나 재활이라고는 정신병원과 보호관찰소가 전부인 우리 사회에서 마약 퇴치의 새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사람들’은 10대 시절 마약에 빠져 무려 16년간 중독자로 살다 지금은 마약 퇴치의 길을 걷고 있는 신용원 전도사가 지난 3월 출범시킨 모임. 지금은 25명으로 늘어난 ‘사람들’에는 주부부터 태권도 선수,건축가 등 20대에서 40대까지 마약 복용 경력 10년 안팎의 사람들이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인천 구월1동 신씨의 집에 모여 단약의 꿈을 현실로 일궈내고 있다.이들은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의 약물중독 청소년들과 자매결연한 뒤 단약을 유도하고 있으며 앞으로 전문적인 마약 퇴치·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나아가 중독자라면 누구나 새 삶의 꿈을 안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재활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궁극적인 소망이다.누구보다 전력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마약중독자들이 왜 스스로 뭉쳐야만 했을까.신씨는 이 물음에 처벌과 격리가 우선시되는 우리 사회의 단약 시스템에 머리를 내젓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다.신씨는 본드나 가스 흡입 등으로 검거된 10,20대가 오히려 교도소에서 ‘마약박사’가 돼 출소한 뒤 중독성이 더 강한 약물을 접하면서 재수감을 반복하는 것을 수없이 보고 겪어 왔다.중독의 사슬에 얽매여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가 삶의 마지막 기로에서 ‘은혜’를 받은 이후 유일한 단약의 길이라고 믿는 것은 신앙의 힘. 이미 약물에 깊이 빠진 중독자들이 인생의 중심에 놓여 있던 마약을 대신할 무언가를 찾지 못하는 한 단약은 요원하며 신씨에게 그것은 신앙으로 다가왔다. 신앙생활을 통해 세계관과 행동양식,인간관계 등이 송두리째 바뀌어야만 단약이 가능하다고 신씨는 말했다.신씨는 평소 구치소나 교도소를 돌며 마약사범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을 특유의 괄괄한 어투로 들려줬다.“야! 예수쟁이들이 은혜라는 것을 받는다고 하는데,그걸 받고 나면 모든 사람이 예뻐보이고 세상이 아름다워보여. 그걸 받아야 돼! 내 장담컨대 처음 뽕 맞을 때보다 10배쯤 황홀해. 정말이야. 너희들,그거 아니면 절대 약 못 끊어. 내가 그랬어,무려 16년 동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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