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성경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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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농촌마을인 플레인스. 인구 700여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대통령의 고향에 찾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입간판이 이곳이 세계의 눈길이 모아지는 범상치 않은 곳임을 실감케 했다.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지난 81년부터 출석하고 있는 마라나타 침례교회의 선데이스쿨에 참석했다. 선데이스쿨은 어린이들은 참석 대상이 아니고 모두가 세계에서 온 어른들이란 점이 특이했다. 이날 예배당에는 20대에서 80대까지의 300여명의 어른들로 꽉 채워졌다. 그동안 세계 80여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선데이스쿨을 찾았다는 교회측의 설명이다.카터 전대통령이 입장할 때 박수를 치지 말라는 사전 광고가 있었지만 그래도 박수를 치는 사람들에게 카터는 재미있는 제스처로 제지했다. 이어 그는 최근 민주주의와 자유의 신장을 위해 니카라과의 자유선거 참관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든지 동티모르의 자유선거과정 참여를 요청 받고 접촉중이란 등 근황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또 “아프간과의 전쟁이 빨리 끝나고 미국민이 겪은 아픔이 속히 치유되기를 바라며 동시에 아프간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지 않도록 평화로운 해결을 기원한다”고 말했다.카터 전대통령은 퇴임 후 더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비영리 조직인 카터센터를 건립해 국내의 정치적인 이슈와 관련한 갈등 해소,민주주의 확립과 인권신장,질병과 고통 퇴치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전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또 밀러드 풀러 부부가 시작한 해비타트 운동에 지난 84년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지미카터특별건축사업’이란 이름으로 수백채의 집을 건축했다.그의 이같은 왕성한 이웃 사랑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원천은 바로 늘 하나님과 함께 하고자하는 깊은 신앙심임을 기자는 선데이스쿨의 설교에서 알 수 있었다.이날 성경공부의 주제는 믿음(faith)에 대해서였다. 그는 믿음이란 삶 자체라고 설명했다. 어린시절 가지는 엄마에 대한 믿음,친구에 대한 믿음,회사 동료들에 대한 믿음처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삶 자체란 것이다. 그는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고 어디에나 계신 위대하신 분으로만 믿었지만 예수님이 오신 후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셨고 우린 그것을 믿는다”고 말했다.뿐만 아니라 요한1서 4장 8절,마태복음 25장 31∼32절,33∼40절을 봉독하면서 그는 지금 이곳 플레인스에 예수님이 오시면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드리고 집도 드릴 것이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병든 사람들,목마른 사람들,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사랑하고 봉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그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은혜는 우리에게 이웃을 위한 사랑과 봉사를 명령합니다. 그리고 그 명령대로 살았는지에 대한 심판이 따를 것입니다”성경공부를 마친 후 부인 로절린 여사,손녀와 함께 주일예배에 참석한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선데이스쿨 교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농촌마을 플레인스에서 시작된 지미 카터의 신앙이야기는 이미 세계 속으로 이어져 수많은 행동하는 신앙인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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