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들의 십시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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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10여명의 소녀가장돕기…하루벌어 ‘십시일반’“힘들게 살아도 우리보다 더 어렵게 사는 어린 학생이 꿈을 포기하는 것은 두고볼 수 없었습니다”노점상 중에서도 가장 영세한 축에 드는 주전부리 노점상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수개월째 소녀가장의 학비를 남몰래 지원해주고 있다. 작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거리의 천사’는 서울 인사동과 창천동 일대에서 노점을 하는 10여명. 이들은 대부분 손수레를 이용해 엿 토스트를 팔거나 포장마차를 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그렇지만 어려운 처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가장을 돕기 위해서는 한마음으로 뭉쳤다. 창천동의 소녀가장 이선주양(17·덕성여고1)에게 매달 20만원씩의 생활비를 꼬박꼬박 보태주고 있는 것이다. ‘오다가다 만난 사람끼리 불우한 이웃을 돕고 살자’는 뜻에서 모임의 이름도 ‘오사불이’로 지었다.이들이 선주양과 인연이 닿은 것은 1999년 11월 종로지역 노점상연합회가 사회봉사차원에서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시작한 김장담가주기 행사를 통해서였다. 회원들은 당시 중학생이던 선주양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아버지,정신지체인인 동생을 뒷바라지하고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면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그러나 집안 형편 때문에 인문계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할 처지였던 게 회원들을 안타깝게 했던 것. 부회장 김근기씨(44)는 “하루에 3만∼5만원 벌기도 힘들지만 대학에 입학해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하는 선주의 꿈을 계속 키워주고 싶다”며 회원들의 뜻을 모았다.그렇지만 당장 지원에 나서기에는 회원들의 형편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일종의 ‘작은 장학재단’을 마련하고자 1년여 동안 매달 3만원씩 거두기 시작해 올해초까지 300여만원을 모았고 드디어 올 3월부터 매달 20만원씩 꼬박꼬박 보내줄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설이나 추석 등 명절때에는 따로 돈을 모아 쌀을 보내줬다.없는 사람의 심정은 정녕 고난을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일까. 소녀가 행여 자존심을 상하기라도 할까봐 돈을 직접 전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통장에 입금한다. 그래서 오사불이 회원 중에는 아직 선주양을 만난 적이 없는 이가 많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수억원씩 도와주는 사람도 있는데…” 신문에 얼굴과 이름이 나오는 선행보다 더 따뜻한 이들의 겸양의 말이다.그러나 이들이 보내는 돈으로 엄두도 못내던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선주양은 “얼굴을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늘 가족처럼 느끼고 있어요. 꼭 대학에 진학,그 분들의 큰 사랑에 보답할 거예요”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총무 이은홍씨(53)는 “내년부터는 소년소녀가장 2∼3명을 더 선정해 도와주고 싶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생활하는 꿈나무들에게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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