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앞에서 되찾은 삶
본문
참 박복한 삶이었다.적어도 하나님을 알기 전까진 그랬다.남편은 폭행을 휘둘러 교도소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혼자 살림을 책임져야만 했다.5살 난 아들을 등에 업은 채 늙은 시어머니 수발에 지칠 때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암으로 쓰러져 신앙을 갖기 전까지 그것이 전북 부안의 주부 구모씨(34) 삶의 전부였다.구씨도 결코 좋은 아내,며느리는 아니었다.남편 신모씨(40)와 온동네가 떠나도록 거의 매일 부부싸움을 했고 97년 남편이 폭행죄로 수감되자 시어머니에게도 자주 대들었다.‘다 버리고 떠날까’하고 생각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이제 신앙을 갖게 됐고 새각오로 세상을 살겠소” 남편이 편지를 보냈지만 ‘이제 별짓 다하네’하고 코웃음을 쳤다.그러던 지난 해 6월 몸살인듯 해 찾은 병원에서 구씨는 암 판정을 받았다.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구씨의 삶에 변화가 생긴건 바로 이 때부터였다.8월 어느날 남편을 전도한 도르가선교회 이춘희목사가 찾아왔다.“당신 소식을 듣고 기도했소.… 늦었지만 당신을 돌봐 줄 분을 보내오”는 남편의구구절절한 편지와 함께였다.‘이제 와 어쩌자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도 잡자는 심정으로 구씨는 이목사를 따라 나섰다.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했지만 암은 온몸에 퍼져 갔다.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주변은 물론 구씨도 인정해야 했다.하지만 구씨는 점차 달라졌다.구씨는 더 이상 불우한 생을 원망하지 않았다.대신 남은 생을 보람있게 보내기를 소망하기 시작했다.자신보다 다른 병상의 환자를 걱정하게 됐다.신앙을 가지게 된 것이다.이목사의 기도와 남편의 신앙고백 편지들이 복음의 싹이 됐다.어느새 구씨와 남편 신씨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다.‘죽기전에 한 번 만날 수만 있다면…’ 구씨의 간절한 소망이었다.하지만 장거리 이동은 병원측이 반대했고 남편의 외출은 교도소측이 허락하지 않았다.결국 구씨는 지난 8일 숨졌다.구씨는 “못난 우리에게 거듭난 사랑을허락하신 하나님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안구를 병원에 남겼다.남편이 칫솔대를 깍아 만든 십자가를 두손에 꼭 쥔 채였다./박선호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