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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일어선 카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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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폭넓은 성량과 풍부한 연기력으로 20세기 초 오페라 황금시대를 열었던 엔리코 카루소(1873-1921)는 소년시절 음악선생에게 놀림을 받을 만큼 노래를 못했다. "네 목소리는 마치 문풍지 사이로 새는 바람 같구나." 카루소는 노래에 재능이 없다고 믿어버렸다. 하지만 어머니만은 예외였다. "선생님이 뭐라 하시든 너는 음악가가 될 능력이 얼마든지 있어." 어머니의 격려도 도움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카루소 스스로 음악을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속 깊이 음악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공장에서 일할 때에도 그의 입가엔 늘 멜로디가 떠나질 않았다.세월이 흘러 카루소도 음악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스물한 살이 되자 오페라의 작은 단역을 맡아 출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때마침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한 배우가 병에 걸려 출연하지 못하게 되자 카루소는 그 대역을 맡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떨리는 가슴을 안고 부대에 올랐다. 처음 서보는 무대였지만 힘과 열정을 가지고 노래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부대에 선 카루소에게 던져진 것이라고는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뿐이었다.술에 한껏 취해 집으로 돌아온 카루소는 극도의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결심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머니의 격려와 꿈을 잃지 않고 노래를 불렀던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갑자기 극장 직원이 급한 듯 요란하게 문을 두드려다. "카루소, 해고는 취소라네. 유력한 손님하나가 찾아와서 아까 대역을 맡았던 신인을 불러오라며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세." 자살 직전의 카루소는 그저 멍한 얼굴로 직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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