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밀려 행복을 미루지 마십시오결혼한지 20년이 지난 어느 교수 부인이 어느날 몸에 이상이 생겨서 병원을 찾았는데 암선고를 받았다．청천벽력이었다．남편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교수가 되었고 좋은 아파트를 장만했고 애들은 잘 크고 이제야 살 만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자기는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마음속 깊은 곳 어디에선가 공허감이 밀려왔다．아내는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자기의 병을 바로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여보,우리 결혼한 후에 외식을 몇 번 정도 했죠 그리고 영화구경을 몇 번이나 했죠” 남편은 새삼스러운 질문에 “글쎄,대여섯 번 했나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당신이 처녀때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구먼! 당신 왜 그런 걸 물어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하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아내는 생활이 안정되면 다 누리게 되겠지 하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미루면서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한없는 회한에 잠겼다．사람들은 직업이나 학문,가정일에 충실해야 한다．그러나 이것들은 결국 삶의 수단이지 삶의 목표일 수는 없다．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행복인 것이다．그러니까 이 수단을 통하여 인생의 목표인 행복을 누려야 한다．수단만 열심히 준비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지금 이 부인은 당장 외식을 하고 싶다거나 극장구경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바쁘게만 살아 오느라고 사랑하는 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지난 날이 아쉽다는 말이다．따지고 보면 행복은 돈이나 외적 여건이 부족해서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실제로 극장구경을 못가고 외식하기가 힘들 정도로 돈이 없는 사람이나 사회적인 출세를 못한 사람도 그렇게 많지가 않다．무엇엔가 쫓기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다．그래서 행복이란 가정의 외적인 부를 축적하느라 바쁘게 사는 사람보다는 각박한 현실에서 해방되어 정신적인 가치와 보람을 찾아서 때를 놓치지 않고 그것을 누리는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이다．/주수일<사랑의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