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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품질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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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설명서를 먼저 읽어야지!" 집에 오디오를 들여와 부분들을 연결하고 맞춘다.이때 아버지와 아들의 행동 방식 차이가 드러난다.아버지는 당연히 설명서부터 읽는다.중학생 아들은 모양을 보면서 곧 이리저리 연결하기 시작한다.`글읽기'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세대와 `보고 느끼는 경험'에 따라 행동하는 세대의 차이다.조립을 마치고 오디오를 작동하는데서도 이 차이는 또 나타난다.아버지가 사용설명서를 읽고 있는 동안 아들은 이것 저것을 누르며 꽤 복잡한 조작까지 금방 체득한다.글읽기 세대가 잘못 `이놈아.' 했다가는 체면도 못차릴 요즈음이다."우리 학생들은 독서의 습관과 매력을 잃어버렸다.그들은 책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독서를 통한 즐거움과 자기발전을 기대할 줄 모른다" 이 말은 읽기를 싫어하는 오늘날 세대를 아주 적절히 묘사한 말처럼 보인다.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미국사회의 대학교육과 연관된 비평이다.시카고 대학에서 엘리트를 길러내는 대학원 과정의 정치.철학 교수 앨런블룸이 `미국 정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쓴 말이다.미국 고등교육의 위기에 대해 글을 써달라는 위촉을 받은 후 4년만인 1987년에 출간된 이 책은 폭발적 인기를 누려 장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많은 비판과 토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학연.지연에 의한 교수 임용,한번 들어가면 평생 자리가 보장되는 교수직,공부 안해도 후하게 나오는 학점,입학하면 졸업은 거의 보장되는 학사관리 등.이런 환경에서 나오는 상품(졸업생)이 변변할 까닭이 없다.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2년간 전국 33개대 학생 6천6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23.5%가 여가시간을 유흥장에 가는 데 사용한다.주로 술마신다는 얘기다.대화와 토론에 시간을 쓴다는 사람은 12.1%,학업보충은 고작 6.6%.미국 대학생은 48.3%를 스포츠에,23.7%를 독서에 사용한단다. 한 과목을 듣는데 읽는 책 분량과 주당 공부시간은 선진국의 약 3분의 1정도.대학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오늘날의 대학 경영은 생존게임이다.생존을 보장하는 것은 거기에서 생산되는 상품인 학생의 고품질이다.대학생의 `품질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보.지식사회인 21세기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전적 의미로 책을 읽든 아니면 신세대식으로 인터넷을 뒤지며 현대식으로 `감성적 책읽기'를 하든 상관없다.대학생이 `책읽기'에 익숙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대학은 놀고 먹는 곳이 아니다./지형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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