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범칙금 통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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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집회 활동을 왕성하게 다니던 때의 일이다.그 날도 지방의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 있는 전도집회를 위해 손수 운전하고 가는 중이었다.충분히 시간을 남겨두고 출발했지만,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 지방도로에 들어섰을 때에는 과속을 하지 않으면 집회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급한 마음에 한적한 지방도로를 다소 과속으로 달리고 있었는데,마침 속도측정기를 들고 단속나온 경찰에게 걸리고 말았다.면허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며 선처를 부탁했다.그랬더니 그 경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스티커를 발부하였다.“걱정 마세요.벌점 없이 싼 걸로 끊어 줄테니…” 나는 시간에 쫓기고 있었기에 강박감 때문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빨리 끊으라고 재촉만 하였다.잠시 후 건네주는 스티커를 아무렇게나 햇빛 가리개에 끼워 놓고 급히 집회 장소로 향하였다.서울로 돌아온 이튿날 그 범칙금 통지서가 생각 났다.그리고 은행 가는 길에 납부하려 고지서를 찾았다.그 범칙금 통지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은행의 수납 창구 앞에서였다.과속에 대한 범칙금치고는 금액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범칙금 6000원,납기 후 7200원이라고 되어 있었던 것 같다.순간 혼자 중얼거렸다.‘금액 표시에 0이 하나 빠졌나’그러나 정말 나를 황당하게 만든 것은 범칙금 부과 사유였다.‘범칙 내용’란에 나의 위반 사실이 이렇게 기록돼 있었다.‘금연구역에서 흡연하였음’.아니,목사가 흡연이라니….만약 이 통지서를 교인들이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찰서장 직인까지 찍힌 통지서니 허위일 리는 없고 ‘김목사가 금연장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구나’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그 범칙금 통지서를 손에 들고 나는 한참 동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그리고 이렇게 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비록 잘 모르는 사이에 너그러운 경관의 아량()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기는 하였지만, 그후로는 교통단속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했다.가능한 교통법규를 지키도록 한다.그러나 단속됐을 때는 정당한 처벌을 받기로.우리는 부정직한 정치 풍토와 금융인들의 모럴 해저드에 대해 우려섞인 비난을 한다.그러나 그것은 부정직한 개인들이 모인 사회의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까 세상이 이처럼 부정직하고 부패한 것이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주님과 사귀는 거룩한 삶의 열매가 정직임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스도인들이 작은 정직으로 그리스도를 크게 보여줄 수 있기에./김남준<열린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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