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오르던 농부가 목덜미 뒤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햇빛이 내리쬐는 맑은 하늘이었다．하늘만 바라보며 천수답으로 농사짓는 그에게 모내기철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은 고문과 같은 것이었다．결국 그는 계곡 아래 비탈길을 걸어 내려가,비록 가뭄에 물도 시원치 않아 말라 가는 개울 바닥이었지만,그곳을 바가지로 소리내어 물을 긁어 담았다．그리고 물지게로 날라 자신의 논에 가져다가 부었다．하루종일 물지게를 졌다．마지막 물통을 짊어지며 푸른 하늘에서 구름을 찾았다．그러나 서럽도록 푸른 하늘이었다．땅거미가 어스름할 때 농부는 어깨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언덕을 내려왔다．주름으로 굵게 패인 볼에 흐르는 눈물도 투박한 주먹으로 훔치면서…．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물지게를 지고 집을 나오려는데 순식간에 바람이 불면서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이윽고 온 땅이 컴컴해지더니 천둥 번개 소리와 함께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농부는 환호성을 질렀다．“아아,비가 온다．비,비,비…”모처럼 시원한 빗줄기가 수정 발처럼 산하를 드리웠다．십 여분 소낙비가 쏟아지고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개었다．농부는 자신의 논을 찾아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자신의 논마다 가득 고인 물은 모내기하기에는 너무나 넘쳐서 물길을 터주어야 했다．오늘날 우리는 비오기 전 농부와 같이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많이 애쓰지만 열매는 적고,지혜를 동원하지만 결과는 초라하다．무엇보다도 죄를 책망하고 중생하게 하는 성령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다．심령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고 또 기대하지도 않는 문화 현상으로서의 기독교가 대중화되고 있다．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거룩한 은혜의 방편들은 앙상하게 형식만 남은 채 많은 성도가 신령한 은혜 속에서 거룩한 삶을 살게 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하나님과의 만남이 결여된 형식적인 예배,자신의 즐거움을 찾기에 골몰한 것처럼 느껴지는 교회 생활,세상을 변화시킬 복음의 능력을 구제나 사회사업으로 대신하려는 시도들이 일반화되고 있다．우리에게는 부흥이 필요하다．하나님께서 하늘을 열고 부어주시는 거룩한 은혜의 소낙비가 필요하다．교회를 다시 복음의 능력으로 무장시키고,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방편들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사람을 근본적으로 고치고 교회를 새롭게 하실,쏟아부으시는 긍휼이 필요하다．그리고 그렇게 부흥의 소낙비가 내리기 전에는 항상 대다수의 사람이 생각지도 못했던 위대한 하나님의 일을 기대하며 간구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김남준<열린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