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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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유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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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필자가 대기업의 간부로 일하고 있을 때 겉으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크리스천에게 일할 기회를 많이 주려고 애를 썼다.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낭패를 겪어야 했다.도대체 중간 보고가 없어서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파악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오래 걸려서 재촉을 해도 이것 저것 문제점만 늘어놓는다.그러다가 겨우 다 되었다고 하여 결과를 받아보면 온통 허점 투성이어서 아랫사람 때문에 필자가 곤경에 처했던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러나 믿지 않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오히려 안심할 수가 있었다.믿지 않는 사람들은 우선 일을 열심히 한다.일찌감치 현장에 뛰어들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자료를 찾아내어 확인하며 자신의 힘만으로 해내기가 어렵겠다고 판단되면 안팎으로 뛰어다니며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매우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면서도 혹시 오류가 있을까봐 도중에 자주 와서 확인해 가며 일을 치밀하게 해놓는 것이다.그래서 믿지 않는 자에게 일을 맡겨서 그것에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직장에서 하는 일 말고도 거의 모든 일에서 같은 유형의 비교가 성립된다.시간 약속이 사회에서는 잘 지켜지는데 교회 안에서는 도무지 그렇게 안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자신이 꺼낸 말에 대한 책임과 교회에서 맡은 직분에 대한 책임 어느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고 상식마저 잘 통하지 않는다.왜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일을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크리스천들은 성의 없이 하는 것일까.아무래도 교회에서 배운 것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며 살아야 하니까 열심이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런데 믿는 사람들은 내가 대충 해놓더라도 하나님이 도와주시고 다 완전케 해주시리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즉 믿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일을 대충만 해놓고도 하나님이 다 잘 되게 해주시겠지 하며 맡겨 놓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성경은 하나님께 염려를 맡기라고 했지 일을 맡기라고 하지는 않았다.우리의 길이 되시고 스승이 되시는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는가.그분은 언제나 삶의 현장에 계셨고 너무 피곤하여 풍랑으로 요동하는 배 안에서도 곤히 주무셨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셨다.그 분은 자신의 옷에 손을 대는 여인에게도 마음을 쓰셨고 나무 위에서 바라보는 사람까지 부르셨을 정도로 치밀하게 일하셨으며 남은 음식을 챙길 정도로 확인과 점검을 잊지 않으셨다.그러고도 그분은 밤이 맞도록 기도하시고 새벽 미명에도 기도하시고 통곡하며 기도하셨다.우리도 모두 그분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한복음 5:17)/김성일 <한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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