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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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된자와 나중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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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독일 여행 중에 감동적인 일을 경험했다.30여 년 전 베를린으로 이민을 가서 탄탄하게 기반을 잡았던 한 교포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거실에서는 은은하게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여기 저기 액자로 꾸며 걸어 놓은 성경 말씀이 눈에 띄었다.함께 저녁을 들면서 얘기를 들으니 그동안 관여하던 사업체를 모두 남에게 넘기고 완전히 믿음 안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어찌나 말씀이 달던지 숫제 밖에 나가기도 싫을 정도라고 했다.하루종일 찬송을 듣고 기도하다 혼자 뜨거운 눈물을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참으로 놀라운 변화였다.원래 그 분을 전도한 사람은 나였다.10여년 전 주님을 영접하는 것이 어떠냐는 내말에 그는 씩 웃기만 했었다.그 때 나는 저 이지적이고 냉랭하며 시시비비가 분명한 분이 신앙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10여년 만에 그 분이 주님을 영접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마침 베를린에 갈 기회가 있어서 지난 여름 갔다가 나는 내 눈으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 댁에 가서 맨 처음 내 뇌리를 친 것은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 말씀이었다.그 분은 나보다 훨씬 늦게 신앙 안에 들어왔지만 일년여 만에 모든 면에서 나보다 앞서 있었던 것이다.그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이런 말로 대답했다.워낙 늦게 주님을 알아서 전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마치 밭에 감춘 보화를 발견한 자처럼 주님 한 분만 붙잡고 나머지는 서슴없이 놓아버려야 했다고.예순이 다 된 자신에게는 이제 시간이 너무 없기 때문에 전후좌우를 돌아보고 따지며 신앙생활 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었다.심지어 말씀을 의심할 시간조차도 아까웠으며 오직 오늘과 그날만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오늘 하루치의 주신 생명에 감사하며 그 분을 기쁘시게 해드리려 최선을 다할 뿐 어제나 내일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그리고 하루하루로서의 오늘이 쌓여 주님 앞에 서게 될 그날만을 생각하노라고 했다.바울 사도의 달려갈 길 다 달려가고 난 후 주께서 주실 상급을 기다리는 자의 모습 그대로였다.‘오늘’과 ‘그날’이 그 분 삶의 대명제였던 것이다.가끔 그 분 말이 참으로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오늘’이 쌓여 ‘그날’에 이르는 것이니 믿음 안에서 온전히 ‘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것이야말로 소중하고 값진 일임이 분명하다./김병종(화가,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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