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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는 문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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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큰 문제로 등장된 말이 ‘Addiction’ 이다. 영한사전에는 ‘탐닉’이라고 풀이됐지만 흔히 이해되는 이 말의 뜻은 너무 빠지거나 거기에 의지해 습관화되거나 더 나아가 중독된 상태를 말한다. 담배 알코올 마약 등은 물론이고 거의 중독성이 있어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행위로 도박,도둑질,손찌검,과도한 성행위,군것질까지 포함된다.중독의 과정은 모든 종류가 같은 길을 밟는다. 초창기를 흔히 밀월시기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즐거움을 갖는다. 무엇이든 즐겁지 않으면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재미라는 것도 결국 즐거움이지만 술 약물 도박 음식 등의 출발은 즐거움을 갖자는데 있다. 불원간 이런 것들이 곤란을 야기하리란 것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즐거움이 ‘아는 이성’을 능가하기 때문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가게 된다.중독 과정의 특징은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그것을 컨트롤하고 있는 것 같지만 조금씩 그것을 의지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래서 어느 시기에 그것이 자기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는 이미 늦은 시기다. 중세 유럽의 민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악마의 두목이 작은 악마들에게 ‘인간을 파괴하는 무기’에 대한 현상모집을 했다. 1등에 당선된 묘안은 ‘인간으로 하여금 이번 한번만 하고 다음부터는 절대 안 할 자신이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이 민담의 교훈은 그런 자신이 있는 인간은 1명도 없기 때문에 한번의 선만 무너뜨리면 조만간 자멸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다.중독의 열매는 너무 크다. 정신과 육체를 파괴할 뿐 아니라 은행잔액,가정,직업,사회적 지위,자존심까지 몽땅 파괴한다.문호 로버트 스티븐슨의 여행담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스페인에서 만난 한 청년의 고백이다. 이 청년은 스페인을 여행하다 어느 고성에 묵게 된다. 후손이 이 고성을 지키며 가난하게 살고있었다. 이 성에 큰 초상화가 걸려있었다. 옛 성주의 아내이다. 초상화의 여인이 얼마나 인상적인지 밥만 먹고는 그 초상화를 들여다보고 침상에 누워도 그 얼굴이 아롱거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루만 묵고 떠나려던 것이 나흘이 되었다. 초상화의 여인에 매혹되어 떠날 수가 없었다. 닷새째 되는 날 그 집 딸이 도시 학교에 유학하다가 돌아왔다. 청년은 이 소녀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 그 순간부터 초상화의 여인이 못생겨보이고 어쩌면 저런 여자를 나흘씩이나 보고 있었나 하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쳤다고 한다.무엇에든 빠지는 것은 빠질 만한 힘이 거기에 있고 긴 사연과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의지력이나 교육을 말하지만 보잘것 없다.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페인 고성의 소녀가 상징하듯 새 힘이 필요하다./최효섭(재미 아동문학가·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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