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한 소망
본문
날개없는 천사 사랑의 호스피스절망속에 있는 말기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믿음과 사랑,소망을 심어주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분노하거나 낙심에 빠진 환자들에게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란 것을 인식시키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만난 2명의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를 통해 호스피스는 끊임없는 인내와 봉사가 요구되는 사역임을 실감했다.2명 모두 회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병실과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며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고척교회 박영자 집사(63)는 20년동안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했고 신촌세브란스에서만 10년간 봉사한 베테랑 자원봉사자이다. 그동안 700여명의 암환자를 돌봐온 그녀는 2년전부터는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는 에이즈 환자를 간병하고 있다.에이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탈진할 때도 있다. 환자와 함께 식사하기는커녕 장례식에조차 참석하지 않는 가족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또 얼마전엔 직접 에이즈환자 2명의 장례를 연달아 치르고 과로로 한달동안 병상에 누운 적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그러나 하나님은 독특한 방법으로 그녀를 격려하셨다. “2년전 어느날 애경백화점 앞을 지나는데 소원을 적어 보내면 가장 애틋한 사연을 골라 1000만원을 준다는 광고가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저는 1년중 단 하루라도 에이즈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백화점이 자선바자를 연다면 호스피스 봉사자들과 어깨띠를 두르고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소망을 적어 보냈어요”그후 2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백화점측으로부터 1000만원 상금 공모에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2107명의 응모자 중 남을 위해 소원을 써낸 사람은 박집사가 유일하다는 것이 당선의 주된 이유였다. 박집사는 상금 전액을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편안히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임종의 집’을 짓는데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기부했다.또 한 사람은 영동세브란스병원 원목으로 16년동안 사역하다 지난 99년 정년퇴임한 후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로 사역하고 있는 김성한 목사(67)이다. 김목사는 한신대와 연세대연합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대학 강단에 서왔다. 그러나 지난 84년 느닷없이 위암 선고를 받고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수술후 건강을 찾은 김목사는 남은 인생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병원사역을 위해 헌신키로 했다. 그러나 한번의 시련은 더욱더 그를 이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지난 90년 장녀의 위암선고는 큰 충격이었다. 딸은 아들 시몬을 출산하고 2개월간 투병하다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이후 김목사는 호스피스 사역을 떠날 수가 없었다. 호스피스 사역은 하나님께서 자신처럼 고통당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도우라고 주신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호스피스는 1815년 아일랜드 더블린 채리티수녀원의 수녀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가난한 환자들을 수녀원으로 데려다 임종 준비를 시킨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신의 날개에 난 상처를 치유하며 다른 상처 입은 이웃을 돕는 이들이야말로 ‘날개 없는 천사들’이 아닐까.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