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스트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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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한 스푼의 이스트와 같은 것.나눌 수록 커져가는 사랑을 체험하게 하는 빵만드는 마을의 주부들이 있다.매월 셋째주 목요일 오후.서울 수서동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 4층 제과제빵실에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고소한 빵 냄새가 흘러나온다.향긋한 계피향이 어우러진 실습실엔 환한 미소를 띤 15명의 주부들이 예쁜 에이프런을 두른 채 밀가루를 반죽하고 있다.취미생활로 배운 빵만드는 기술을 이웃을 위해 활용하고 있는 사랑빵회 회원들이다.이들은 4시간의 고된 노동 끝에 만들어진 노릇노릇하고 동글동글한 만주,소보로 빵,단팥빵,도넛 등을 비닐포장해 5개의 종이상자에 담는다.7년째 한결같이 해온 일이다. 이 사랑의 빵은 복지관의 재가복지팀을 통해 노숙자보호시설인 희망의 집,가출청소년들의 쉼터인 강남구 청소년쉼터,여성쉼터,스마일학교,소년소녀가장,양로원 등으로 보내진다.사랑빵회는 지난 95년,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이 수서동에 개관한 이후 처음 실시된 제1회 제과제빵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모임이다.이들은 3개월간의 과정을 이수하고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그것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마침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에서 제과제빵 시설을 무료 제공하겠다고 해 손정자,이진숙,안영혜,곽혜림,노혜련씨를 비롯한 12명의 주부들은 매월 회비를 내 재료를 구입하고 빵을 만들었다.95년부터 이들에게 빵만드는 기술을 가르친 엄응기 강사 역시 사랑빵회 정기 모임에 참석,새로운 빵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회원들은 빵속에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담고 싶어한다.이진숙씨는 “시설 아이들에게 나눠줄 빵이 종이상지에 가득찰 때 피곤이 사라진다”면서 “특히 가정에서 엄마 사랑 많이 못받고 자란 아이들에게 사랑이 담긴 빵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또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어 제과제빵 기술을 배웠다는 안영예씨(수서제일교회)는 “저희들의 노력은 아주 작은 것이에요.그러나 아이들이 아줌마들이 만들어주는 빵이 제일 맛있다고 말할 때 작은 정성이 생각보다 커진듯 해 기뻐요”라고 말했다.사랑빵회 회원들은 스스로가 대견스럽다.빵만드는 기술을 배우려는 견습생이었는데 어느새 기술자가 돼 갖가지의 빵을 만들수있게 됐기 때문이다.밀가루를 하얗게 온몸에 뭍히고 노트에 필기를 하며 배웠던 초보자시절을 거쳐 이젠 회원 모두 제법 능숙하다.손끝에서 아몬드 도넛,패스추리,계피만주,양과자 등이 만들어져 나온다.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4시간을 꼬박 서서 만들어 놓은 빵을 수북히 종이상자에 담았을 때의 그 뿌듯함을.그제서야 어깨에 고인 피곤을 털어낼 수 있다고 한다.한달에 한번 모이지만 회원들은 바쁜 일과중 모든 것을 제쳐놓고 이 모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빵만드는 일이 재미있을 뿐 아니라 빵을 받고 기뻐할 이웃을 생각하면 더 정성스런 마음으로,더 감사한 마음으로 작업하게 된다.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 더 많은 이웃에게 전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이들은 신입회원들이 늘어나 더 많은 양의 빵을 빠른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면 한다.또 봉사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길 원한다.사랑빵회 회원들은 “사랑은 어쩌면 이스트같은게 아닐까요”라고 말한다.이스트로 빵이 몇배로 부풀어 나는 것처럼 사랑이 나눌 수록 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또 어려운 이웃의 마음을 한껏 훈훈하게 부풀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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