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본문
“어려워마.두려워마.아무 것도 아니야.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 거야.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네 꿈을 펼쳐 보여줘.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우리 학교 한의과 대학에 다니다 노래가 좋아 가수가 된 강산에의 ‘넌 할 수 있어’에 나오는 노랫말이다.1년 전 나는 몹시 힘들고 어려운 적이 있었다.그 어느 날 한 회합 석상에서 학생회 간부가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이 노래를 불러 주었고,나는 그 때 큰 감동과 용기를 얻은 적이 있었다.어느덧 2001년도 한 장의 달력만을 남기고 있다.해마다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즐겨 쓰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란 말이 너무 어울리는 한 해였다.충격과 충돌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힘든 한 해가 마감되고 있다.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힘들고 어렵다.때로 삶 그 자체가 고단하고 부조리한 것이라는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생각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한평생을 자기의 뜻과 의지대로 살아간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그러나 세상은 ‘네 멋대로 살라’고 놔두지 않는다.누구나 한 번쯤 어떤 극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왜 나만 이런 고통을 받고 사는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길거리를 지나 다니는 사람들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어느 가정이나 암,중풍 등 병마와 싸우는 사람이 있고,교통사고를 당한 장애인이 있다.어린 학생들의 가출뿐만 아니라 한 달에 1000여명의 주부와 가장이 가출하고,네 쌍에 하나 꼴로 이혼한다.온 나라가 결손가정으로 넘쳐나고 있다.어느 집,어느 사람이고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마음 편히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그렇다고 언제나 비관만 하고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인지심리학적 관찰법으로 ‘루빈의 컵’이 있다.어떻게 보면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옆모습 같고 어떻게 보면 꽃병처럼 보인다.컵에 맥주가 있다고 하자.어떤 사람은 “반밖에 안 남았네”라고 말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반이나 남았네”라고 할 수 있다.같은 대상을 놓고 전자는 긍정적으로 보고 후자는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모든 일이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난 할 수 있어’라고 자기 자신을 늘 격려하고 사는 사람과 ‘난 어쩔 수가 없어’라며 자기를 한탄하고 사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나다.역사도 마찬가지다.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언제 어느 때고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었다.고대사가 그랬고,중세사가 그랬고 근대사와 현대사가 그랬다.우리는 늘 힘든 역사였다.그러나 각론의 역사는 힘들었지만 총론의 역사는 아름답게 보인다.힘든 역사 속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자취가 남아 찬란한 5000년의 역사를 만든 것이다.동시대의 사람들이 모두 그 시대를 한탄하고 절망했다면 우리 민족문화는 아무 흔적도 없었을 것이다.내가 힘들게 살아온 삶이라도 남들에게는 아름답게 보인다.위인전을 보자.하나같이 가정적으로 불행하고 역경을 헤치고 산 사람들의 기록이다.지금의 젊은이들은 하기 쉬운 일만 하려고 한다.술집에는 젊은이들이 손님으로,종업원으로 넘쳐나고 있다.한 쪽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한 쪽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달프다.메이저 그룹의 직장은 몇 안 되고 마이너 그룹의 직장은 수없이 많지만 모두 메이저 그룹만 바라보고 한숨짓고 있다.‘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라는 말이 있다.두 가지 극단적인 관점의 입장이지만 다 옳다.문제는 내 삶을 둘 중 어느 것에 비중을 두는 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할 탓이다.남의 탓도,부모 탓도,사회 탓도 아니다.그 모든 것이 내 탓이다.이 땅에 소중하고 아까운 사람들 7000만명이 살고 있다.이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하룻밤을 새워가며 생각해 보자.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내 직장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또다시 밤을 새워가며 생각해 보자.우리 모두 ‘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로 생각하자.그리고 우리 서로 마주 보고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하자.그리고 서로 손을 꼭 잡고 웃으며 “그래,우리 한 번 해 보자”라고 말해 보자.다가오는 연말연시에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가 서로에게 나누는 작은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조정원(경희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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