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옥이 어머니
본문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께. 새 집 달라. 두껍아, 두껍아 ."하며 모래집을 작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짓고 있었다. 심술이 볼에 꽉 찬, 옆에 사는 해옥(정확한 이름은 생각이 안 남)이와 봄날의 햇살을 즐기며 해옥이도내 옆에서 두껍이를 부르며 손 위에 모래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해옥이의 모래집이 무엇 때문인지 비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일이 안될 때 상대방의 약점을 꼬집어서 자기를 안위하려는 얕은마음이 해옥이에게도 있었던지 대뜸 "넌 아빠 없지"하며 나를 약올리는 것이다. "왜 없어!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야."라고 대답했다고한다. 방안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가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고 하시며 내가그 이야기를 이해할 만할 때에 말씀해 주셨다.국민학교 입학 전까지 젖을 떼지 못하고 끈질기게 엄마 곁에만 있고 싶은막내의 특유한 성격이 엄마를 꽤나 성가시게 했던 것 같다. 예전에 살던 강원도 삼포라는 곳은 다리가 장마에 넘어가서 맨 몸으로 강을 건너야 집에갈 수가 있었다. 머리 위에 짐을 얹으시고 그 무거운 나를 업고 강을 건너느라 무진 애를 쓰시던 엄마를 보고 "엄마, 짐 무거워. 내가 들어 줄께."하며 그나마 어머니의 무거움을 덜어주려고 하였다. 아마도 어머니는 속으로웃으셨을 것이다. 한편 흐뭇하셨을 것 같다.세월이란 말을 사용할 때가 온 지금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무엇을 그분에대해 느끼며 사는가 하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번 몇 친구들과 주일 집회를 마치고 진지한 우리들의 모습을 서로에게 조명하며 확인하고 기도로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내가 보고 싶으셔서 오셨다고 하시며 피곤하시기에 곤히 잠이 드셨다. 어머니가 누워계신 옆에 조용히 누워 오래간만에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되어 수없이 많아진 주름살에, 돌아누워 베갯잇을 적시고 말았다. 어머니와 같이 주위 사람을 방문할 때면 "할머니"라고부를 때 가장 적적하다.어머니가 하나님나라에 가실 날이 가까이 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이상의 것이 나를 감싼다. 눈물을 씻고 다시 어머니 곁에 누웠다. 새벽에부시시 눈을비비고 일어서보면 어머니의 손길이 나를 쓰다듬으며 기도하시는 모습이 떠올랐다.하나님께 어린 아이처럼 땡깡쓰시며 떨어지는 눈물 소리는 하나님을 찾는기도였고, 기도의 말들은 산을 이룬 듯하다. 어머니의 쌓인 기도때문에 자연스레 나의 시선이 옮겨져 돌아보게 된다. 어머니께서 자라던 나를 보고흘렸던 눈물 속의 기쁨. 아직 어리지만 어머니의 주름살 속에서 느낀 안타까움에 뿌듯함.요번 어버이 날에는 어머니께 무엇을 드릴까 엄마를 사랑한다고 해야지.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