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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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고착화된 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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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변했다.내 혈액형은 B형이었다.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지난 수십년간,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군대생활,직장생활 그리고 유학시절에서 지금의교수에 이르기까지 내 혈액형은 언제나 B형이었다.나는 내 혈액형에 대해 한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으며 언제나 B형처럼 생각했고 그에 걸맞게 행동했다.나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의 분류에 의해 서서히 소심한 사람이 되어갔고 만사에 소극적이지만 대신 꼼꼼히 챙기려 하였다.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워 다른 사람과 다툴 때에는 절대로 먼저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으며,연구실이 지저분할 때에나,쉽게 감정이 북받쳐 오르거나,제법 어떤 일에 적극성을 보일 때에도 나와는 상관없는 예외에 불과하다고 지나쳐 버렸다.그러나 얼마 전 종합건강진단을 실시한결과 내 혈액형은 B형이 아닌 O형으로 밝혀졌다.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재검사를 하였지만 결과는 동일하게 O형이었다.지금까지 스스로 규정지웠던 ‘나’라는 존재가 일순간에 무너져 내렸다.그것은 가볍게 넘길 해프닝이 아닌 지금까지 존재가 부정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심리학 문헌은 인간에게는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기능고착화’ 현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즉,사람은 어떤 기능 혹은 어떤 생각에 한번 고정되면 여간해서는 변경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물컵이란 단지 물을 마시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고정화되면 물컵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생각은 거의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물론 이와 같은 기능고착화 현상은 여러 가지 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정형들이 나름대로 옳고 그름과,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도록 기능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만에 하나 그렇게 하여 형성된 고정관념이 잘못된 것이거나 더 이상 시대의 변화에 적합하지 않게 되면 그런 사람,그런 조직,그런 민족은 시대를 앞서가지도 못할 뿐 아니라 때로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조차 한다.이런 현상은 기업경영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과거의 관행이 미래에도 그대로 통용될 것이라는 사고가 기업을 멍들게 한다.콜린스와 포라스의 연구에 의하면 성공한 기업들 특징 중 하나는 그들의 핵심가치는 보존하였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리했다는 점이다.민족도 마찬가지다.경제난관을 이 정도라도 극복하였다면 삶에 대한 태도가 조금이나마 변했어야 하건만 경제지표 이외에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성경을 통해 보는 예수님은 그 누구보다도 고정관념을 깨뜨린 혁신적인 분이었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오른 뺨을 때리거든 왼 뺨도 내어주라,오리를 가고자 하거든 십리를 가거라,속옷을 갖고자 하면 겉옷까지도 주어라 등은 우리의 생각과는 확연히 다른 것들이다.그러나 사실 이 ‘다름’이 각자의 삶을 한 차원 높여준다.마찬가지로 기업,국가,교회,가정도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가능하다면 완전히 거꾸로 선 상태에서 자신을 바라본다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멋진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오늘 나는 창문 너머 저 하늘로 한없이 날아 가고자 한다.그리하여 저 아래 사소한 것들로 온통 찌든 나의 영혼을 내려다 보고자 한다.진실은 O형이었으나 B형처럼 속고 살아온 나의 참모습을 만나기 위해,위로 아래로도,올바르게 때로는 거꾸로도 날아볼 것이다.그러기 전 먼저 이 아침에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는 연습부터 해야겠다(골로새서 3:2).현실이라는 중력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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