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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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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성서를 뜻하는 바이블(Bible)이라는 말은 ‘비블리온’이라는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이 말은 원래 그냥 ‘책’을 의미했다.신약성서에서구약성서를 가리킬 때도 그리스어로 ‘그라페’라고 썼다.이 말 역시 원래‘문서’를 뜻한다.문서나 책이 별로 없었던 시대이니 그냥 책이나 글,문서라는 말이성서라는 말로 굳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기독교는 책을 중시하는 책의 종교로 발전했다.종교적 전통과 계시경험의 핵심적내용을 말과 글로 표현해서 고정시켜 놓은 것이다.그리고 이 과정은 어느 한 순간에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1천년이 넘는 오랜 세월과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이루어졌다.따라서 신구약성서는 오랜 역사적 과정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숨결이배어있는 집단적 문학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이처럼 기독교는 책의 종교이므로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질문이생긴다.사실 ‘무엇을 읽을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질문이 더 본질적이다.기독교인은 자신의 신앙적 삶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물음과씨름하는 과정에서 성서와 만나게 된다.성서는 묻지 않는 자에게는 답하지않는다.성서의 진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식으로 미리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진리를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날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을드러낸다.순례자들이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고,그 때마다 그들이 경험하는 진리의얼굴은 다르다.분명한 것은 기독교인은 거듭 구원의 선포를 듣고,구원받은 자로서삶을 영위해가기 위해 성서를 읽는다는 점이다.성서는 인간을 온갖 종류의 내적,외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해방의책이다.그리고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말이다.우리는 성서속에서 이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이 둘을 함께듣지 못하고 성서를 오로지 인간의 말로만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아무리 연구한다 해도그 속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지 못한다.성서는 인간의 말로만 이해될 수도없으며,하나님의 말씀으로만 이해될 수도 없다.이 둘이 경전으로서의 성서 속에서긴장과 동시에 통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성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의 질문과 관련하여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성서가 지니는 문화적,시대적 한계들을 밝히는 일이고,다음에는 다양한 성서의목소리 중에서 그 핵심적인 줄기가 무엇인가를 찾는 일이다.성서는 고대 수천 년에걸쳐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만남의 경험을 기록한책이다.구약성서의 핵심인 히브리인들의 해방 이야기와 신약성서 시대 예수의하나님 나라 운동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뿌리깊은 자기중심성의 죄와 거기서부터자라난 사회구조적인 죄의 그물로부터 어떻게 인간을 해방시키는지 말해주고있다.성서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고 해방하시는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관한이야기이다.그러나 동시에 성서는 그것이 기록된 당시의 문화적인 삶의 자리에기초하고 있으며,하나님의 음성은 그 시대의 소리로 들려진다.그러므로 우리의 성서읽기는 한편으로는 왜곡되고 굴절된 우리 경험의 벽을뚫고,다른 한편으로는 성서 자체의 시대적인 제약성을 넘어서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진리의 나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박경미교수(이화여대)□약력:△59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동 대학원 문학석·박사 △현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부 교수(신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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