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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참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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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김명재 원장은 해마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면 초로의할머니가 기다려진다. 참깨 두어되와 신문지로 꼭지를 틀어막은 참기름병….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선 보따리를 내미는 할머니. 지난해엔 외출중이어서 보따리만 전해 받았다.10년쯤 전. 만성 신부전증을 앓는 20대 초반의 고종우씨가 병원에 왔다. 신장이식이 필요한 상태. 마침 고씨와 고씨의 홀어머니간에 조직 적합성이 일치해, 어머니의 신장 한 쪽을 고씨에게 이식했고,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 고씨의 어머니가 머뭇머뭇거리며 김원장의 방문을 두드렸다.{아들은 건강합니다. 홍천에서 함께 농사를 짓고 있지요.}.할머니는 그러면서 참기름 병 보따리를 내밀었다. 외아들에 대한홀어미의 사랑이 녹아있어서일까. 여느 참기름 같지 않았다. 다음해도, 또 그 다음해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참기름병을 들고 찾아왔다.세월이 흐르면서 고씨가 결혼을 했고, 아들과 딸을 낳았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것도 할머니로부터였다.그때마다 할머니는 {2대 독자인 아들이 대를 잇게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만난다고 특별히 할말이 있는 것도 아닌 할머니지만 김원장은 혹시나 지난해처럼 자신이 없는 사이 할머니가 보따리만 놓고 가지나 않을까 은근히 조바심이 난다. 참기름보다 더 고소한 할머니의 마음을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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