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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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용돈과 바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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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밤 골목길에 메이라치는 '찹쌀떡 사려!'의 구수한 소리보다는 용달차의 우렁찬 확성기 소리가 더 익숙한 세대이다. 가끔 골목길에서 갖가지 과일과 야채를 사라는 확성기 소리를 들을 때면 슬며시 웃음 짓곤 한다.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저녁 무렵 온 식구가 둘러앉아 있을 때 어김없이 '싱싱한 사과, 달기 왔어요!'라는 과일 장사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펴졌다. 넉넉치 못했던 우리집은 과일을 자주 사 먹을 수 없는 처지 였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은 그 소리가 정말 듣기 싫었을 런지도 모른다. 그날 밤 용달차의 확성기 소리는 유난하 크게 들려왔다.다음날, 비록 액수는 적었지만 소중한 용돈을 받는 날이었다. 아침에 어머니가 꼭 지워주신 용돈을 들고 학교에 갔다가 아오는 길이었다. 골목을 들어서니 마침 과일을 실은 용달차가 우리집 앞을 막 지나고 있었다. 문득 사과와 감을 사서 어머니에게 드리면 너무도 좋와하실 거라는 생각에 한달치 용돈을 몽땅 털어 과일을 샀다. 과일 꾸러미를 내 방에 숨겨 두었다가 저녁이되었을 때 어머니에게 자랑스럽게 과일 꾸러미를 내 놓았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건 심한 꾸중과 회초리 뿐이었다. 어머니는 '왜 돈을 함부로 쓰느냐'며 회초리로 내 장딴지를 후려치셨다. 과일을 입에 대 보지도 못하고 나는 울다 울다 지쳐 겨우 잠이 들었다.다음날 일어나 보니 간밤에 일이 아득하게 여겨 졌다. 눈을 부비며 일어나 앉으니 책상위에 한달치 용돈과 쪽지 한장 그리도 예쁘게 깍은 사과가 하얀 쟁반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쪽지에는 '용돈 아껴 쓰거라'는 어머니의 서툰 글씨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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