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국민생활
본문
‘번역문화를 위한 토론회’란 색다른 대화 모임 때문에 얼마 동안 캐나다 밴쿠버를 다녀왔다. 전에 몇차례 방문한 적은 있으나 공직을 떠난 후로는 처음인지라 좀 여유로운 마음으로 밴쿠버 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북미지역을 여행하는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부러워하기 마련인 캐나다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과 시민들의 몸에 밴 청결 질서 준법정신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을 만큼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했다.수십m씩 치솟은 우람한 거목과 계곡에서 콸콸 쏟아져내리는 청계수는 금방이라도 꿀꺽꿀꺽 들이키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게다가 투명한 하늘만큼이나 깨끗한 거리와 주변환경을 목격하는 순간 조물주가 만든 최고의 걸작품을 ‘지구 최후의 보루인 이곳 캐나다에 숨겨 놓았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실제 캐나다 사람은 무언중에 그런 ‘자부심’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그들은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캐나다만은 예외일 것이다,아니 예외일 수밖에 없다라는 신념으로 자연과 부존자원을 아끼고 알뜰히 보전한다.카필라노 언덕으로 불리는 연어양식장 상류에 위치한 넓이 198㎢의 클리브랜드 저수댐 주변의 산과 계곡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거리지 않는다.낚시꾼과 러브호텔로 얼룩진 우리나라 팔당댐 주위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작은 바다와도 같은 넓은 호수에 담긴 물이 천연음료와 같은 신선도를 지니고 있으니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금수강산이 오염돼 식수마저 수입해야 할 처지에 놓일지도 모를 한국인의 눈에 어찌 아니 부러우랴!캐나다도 구미 여러 나라와 같이 동물의 천국이며 개의 왕국이다.집집마다 조그마한 스피츠 에서부터 송아지만한 개를 방안에 들여놓는 것은 다반사이고 사람이 병원 신세를 져도 700달러 정도면 족한 형편인데 개의 수술과 입원을 위해 4000달러를 쓰고도 아까워하지 않는 나라가 캐나다이다. 그처럼 좋아하는 개를 시내 온 천지를 끌고 다니면서도 유럽과는 달리 들판이나 거리에 개 배설물이나 휴지조각 하나를 발견할 수 없으니 더욱 놀라운 노릇이다.알고 보니 개 주인은 개가 배설하는 즉시 배설물을 수거해야 할 의무를 법률에 정해 놓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이 500캐나다달러라고 한다.자연보호와 국토의 청결 보전을 위한 벌칙은 그것만이 아니다.예컨대 질주하는 차에서 음료수 빈 깡통을 창밖으로 내던지면 벌금이 4000달러이다.해변의 넓고 긴 모래사장과 솔밭에 당국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게 시설까지 마련해주고도 술은 거기서 마시지 못하게 하고 있다.더욱 기특한 사실은 이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느 것이다.캐나다처럼 술 사기가 힘든 나라는 없을 듯싶다.술 파는 곳이 정해져 있는데다 그런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필자는 호기심이 생겨 저녁에 산책하는 곳을 인근 리커하우스로 정하고 호텔 경비원이 그려주는 약도를 가지고 일부러 찾아가 본 적이 있었다.호텔에서 20분정도 걸어가서 찾은 곳은 리커하우스가 아니라 맥주와 와인만을 파는 상점이었다.양주와 같이 도수가 높은 술을 파는 리커하우스는 그 곳에서 또 다시 20분정도 걸여가야 찾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술의 통제가 이처럼 까다로운 것을 보면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의 범죄율이 왜 낮은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차도만큼이나 넓은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활기차게 달리는 남녀노소의 환한 얼굴과 예외없이 뾰족하고 두꺼운 자전거 전용 헬멧과 몸에 붙는 짧은 운동바지를 입은 모습에서 캐나다의 또 다른 잠재력을 읽을 수 있었다.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캐나다인의 생활과 환경.선진국 문턱을 넘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국민에게 ‘타산지옥(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박세직(사단법인 청소년 마을총재.전국회의원)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