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필트 다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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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오안스로푸스 도스니(Eoanthropus Dawsoni)’.‘가장 오래된 인류’라는 뜻의 이 말이 생소하다 해도 ‘필트다운인’이라면 대개 알 만한 이름일 것이다.이른바 과학사(科學史)에 있어 최대의 사기극으로 일컬어지는 ‘필트다운 사건’은 그만큼 유명하다.1911년 영국 필트다운 지방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찰스 도슨은 인류 조상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 파편과 턱뼈 등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이를 감정한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아서 우드워드는 이것이 인류조상인 50만년 전쯤의 원인(原人)의 뼈라고 주장했다.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턱뼈가 원숭이의 것과 너무 닮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논란이 이어지던 중 1915년 도슨이 좀더 완전한 형태의 뼈를 발견함으로써 우드워드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결론지어졌다.진화론을 입증할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찾아낸 대발견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필트다운인은 가장 오래된 인류로 간주되었고,인류학·지질학·선사학의 권위자들이 200여 편의 논문을 통해 이를 보증했다.그러나 이 사기극은 도슨이 사망한 후 1953년 대영박물관 조사팀이 불소 연대측정법 등을 통해 도슨의 뼈가 오랑우탄의 뼈를 가공한 것이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막을 내렸다.일본의 ‘구석기 유물 날조’ 사기극 소식은 ‘제2의 필트다운 사건’으로 부를만하다.주범인 후지무라씨는 1992년 미야기현 가미다카모리 구릉에서 처음 토기를 발견한 이래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발굴을 통해 일본인의 기원을 앞당겨 놓은 장본인이다.처음에는 13만년전 토기,93년 50만년전,95년 60만년전,99년에 70만년전 토기를 계속 발굴했다.일본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이를 근거로 일본의 원인(原人)이 베이징원인이나 자바원인과 같은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일본에 구석기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고고학계의 기존 관념을 뒤엎고 이집트 문명에 비견할 만한 독자적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이다.후지무라씨의 발굴에 대해 일본 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수십만년의 감정편차가 발생하는 구석기 유물의 특성상 정식으로 문제삼기가 어려웠다.그러나 ‘70만년전 석기’라며 발굴한 유물을 자신이 땅에 숨기는 현장이 발견된 마당에 그동안의 억지 주장이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30여년에 걸친 그의 발굴 작업을 모두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후지무라는 “발굴 실적이 나오지 않아 초조하던 끝에,마(魔)가 끼었던 것 같다”고 실토한다.어떤 변명을 한다 해도 그 동안의 역사왜곡 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이 가공의 역사를 창조하려 했다는 사상 유례 없는 불명예를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그나마 빨리 발견됨으로써 아직도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필트다운 사건보다는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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