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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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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감옥도 사상을 가둘 수 없다는 진실의 산 증인"인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4백명 여.야의원의 기립박수속에 고별연설을 했다.올해 80세인 만델라 대통령은 오는 6월2일 대통령 선거직후 공식적으로 물러나지만,그의 집권과 함께 처음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가 곧 해산되기때문에 정계를 떠나는 은퇴사를 발표한 셈이다.외신들이 전한 이날 은퇴식 광경은 금세기에도 이처럼 희망에 찬 정치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는데 대한 감동이 베어있다.27년의 긴 옥중생활과 망명,무장투쟁 및 지리한 협상을 통해 악명높은 아파르트헤이드(인종분리정책)를 종식시킨 만델라는 평소의 겸손과 친화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내가 사소한 것이라도 성취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내가 남아프리카민중들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20세기의 마지막 영웅 만델라의 예외적인 위대함은 야당들로부터도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다는데 있다.신국민당의 마르키너스 반 샬퀵총재는 만델라를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라고 칭송했다.그는 이어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자주 큰 관용을 베풀 능력을 갖는다는 사실은 삶의 가장 위대한 역설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자유민주당의 토니 레온총재도 만델라에 필적할만한 금세기 지도자는 마하트마 간디와 달라이 라마 뿐이라고 말했다.최근 남아공국민 여론조사결과 43%가 만델라에게 10점만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국민적 존경은 집권후 만델라가 보여준 화해와 관용의 정신에서 비롯됐다.만델라대통령은 집권직후 과거 정권의 인권탄압행위 뿐아니라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대화해를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진실을 직시하지 않은 화해는 무의미하기 때문에 오직 과거를 모두 고백,참회하고 중죄에 해당하지 않을 때만 사면대상이 되도록 했다.과거 백인정권 대통령을 비롯한 수천명이 처벌을 기다리고 있고,ANC의 핵심당원이었던 흑인 보삭도 최근 6년형을 언도 받았을 정도다.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만델라가 지난 5년간 남아공에 미친 변화의 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한때 흑인 공산주의돌격대의 으르렁대는 얼굴로 각인된 그의 이미지에 몸서리쳤던 백인들이 이제는 그를 사랑하고, 남아공에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가져다준데 대해 감사할 뿐아니라 그의 퇴임이후를 두려워하게 됐다"만델라의 외교성과는 특히 눈부시다.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및 쿠바와 미국을 동시에 우방으로 삼는 비동맹노선을 유지했다.외국인투자를 중시했고,그의 밑그림 덕에 최근 유럽과 남아공간 무역협력협정이 체결됐다.남아공의 한 대학교수는 그가 "대통령이라기보다는 영웅"이라고 말했다.레임덕(임기말의 대통령)에 불과한 만델라대통령은 지난 8일 백인부유층들의 회합에 연사로 나가 두시간동안 그들이 부당한 경제적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한다고 꾸짖고도 연설후 기립박수를 받았다.그는 "사라진 대의명분을 지지하지 말아달라"며 "백인 우월주의는 결코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만델라는 지난해 실권을 부통령 타보 음베키에게 물려줬지만,지금도 하루 15시간 동분서주하며 외국대사나 외국기업 임원들을 만나고 자선사업에도 열심이다.영웅에게도 약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비판자들은 그의 판단력을 주로 문제삼는다.만델라는 자신의 무능한 연고인물,주로 ANC 동료들이나 심지어 독직혐의자까지도 내각에서 해임하지 않고 버텼다.최근에는 일에 지쳐 참을성을 자주 잃고 언론을 공격하거나 백인들을 힐난하기도 한다는 것.남아공의 백인들은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그들은 오히려 국회내 ANC의 절대다수지위가 다음 선거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만델라의 후계자인 음베키가 한때 선의의 민족주의 지도자들이 독재자로 변신하는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갈릴레오의 생애'라는 희곡에서 갈릴레오의 입을 빌어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불행하다.그러나 영웅을 낳지 못하는 시대는 더 불행하다"고 말한다.영웅을 세상에서 정의로운 뜻을 펼칠 힘을 잡은 사람이라고 정의하자.의인들은 많았지만,그들은 영웅이 되지 못했다.더군다나 의로운 영웅이 집권한 뒤에도 변절하지 않고,끝까지 대의와 인륜에 헌신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렵다.우리나라는 과연 언제 만델라와 같은 영웅,진정한 지도자를 만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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