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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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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일본사람들을 이해하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노조키 문화다. 요즘은 주로 '몰카' 를 지칭하는 표현이 돼 버렸지만, 원래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몰래 남을 엿본다는 뜻이다.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으로 드러내는 인사치레)처럼 일본사람들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말이다.그러나 어디 일본사람뿐이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그러면서 남은 제대로 보고 싶어한다.이런 이중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개발된 물건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눈동자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한 서양사람들이 강렬한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선글라스는 종종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사용된다.올여름 잠시 유행한 린다 김의 선글라스가 그랬다. 여름철 시골 대청마루에 시원스레 걸려 있는 발도 마찬가지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대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감시하는데 적격이다. 이처럼 자신을 감추면서 남을 보기 위해 인간이 개발한 것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게 가면, 우리식으로는 탈이다.애초에 가면은 주로 종교적 수단으로 사용됐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에게 제사지낼 때 가면을 사용했고, 미라를 묻을 때 가면으로 얼굴부분을 가렸다.기원전 14세기 이집트 제18왕조 투탕카멘왕의 황금마스크가 대표적이다. 가면이 연극이나 축제에 사용된 것은 그리스.로마시대로 이때부터 가면이 본격 예술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대 중국에서도 처음엔 종교행사 때 가면을 썼으나 나중에는 결혼식이나 축제의 도구로 이용됐다.우리 송파산대놀이나 하회탈춤은 가면의 진수를 보여준다. 가면 뒤에 숨은 광대는 양반들의 위선을 거침없이 질타하며 억눌린 민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현대에 들어 가면은 영화의 단골소재로 애용된다. '배트맨' 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만화영화는 물론, '13일의 금요일' '조로' '마스크' '야반가성' 등 가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수없이 많다. 인간의 추한 진면목을 파헤치는 데 더없이 좋은 소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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