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으로 일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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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수장이 돌이’ 이야기가 우리 어릴 적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돌이는 힘든 석수장이 일이 싫어서 한숨을 쉬며 더 편하고 더 힘있어 보이는 역할을 맡기를 소원했다. 신령의 도움으로 돌이는 임금도 되어보고 햇님, 구름, 바람, 바위 온갖 것이 다 되어 봤지만 결국 바위를 깨는 석수장이로 되돌아온다는 이야기다.이 교훈이 항상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난 지난 일요일 TV를 보면서 역시 신문보다 TV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욕심을 부려봤다. 다름 아닌 인천신공항 건설현장의 부실공사 취재 때문이었다.몇년 전 신공항 건설 초기에 현장 순시차 들른 고위층, 국회의원들 향응 접대비에서 말썽이 시작되어, 너무 돈 많이 들고 부실화 조짐이 있다고 걱정이 끊이지 않았던 공사였다. TV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신공항 부실 건설 현장의 한 단면을 직접 실험 과정을 통해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주었다. TV가 부러웠다. 활주로 밑의 지하차도의 균열부분 개수는 4,000개에서 7,000개로 늘어났고 누수되는 곳도 1,200곳에서 거의 2,000여곳으로 늘어났다는 보고였다. 바닷물에 절은 철근은 제구실을 못한다는데 100년을 목표로 지은 영종도 신공항은 불행하게도 10~15년의 수명을 가질 뿐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었다.작년 8월부터 누수일지가 쓰여진 것으로 보아 누수방지 공사를 시도했으나 아직 이를 고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방수 안한 것과 똑같아 1천억원짜리 방수공사가 허사가 되었는데, 어이없는 것은 관계자들의 거짓말이다. 새로운 방수공법을 사용할 때는 충분한 근거와 작은 공사에서나마 성공한 검증자료를 첨부해서 심사 통과되었을텐데 무엇을 근거로 이런 방법을 결정했는지 궁금하다.물이 새는 현장의 카메라 앞에서 일본 간사이 공항도 이 공법으로 했다고 버젓이 거짓말을 하는 그들이 가증스러웠다. 금방 거짓이 밝혀지는데도 말이다. 거짓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누수된 지 한달밖 에 안됐고 6개월이 지나야 방수효과가 나타나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방에서 모의를 했다. “인터뷰 요청하면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해서 시간 끌어라. 그래야 튀어버린(도망간) 사람 들에게 포커스가 넘어간다”고.한때 아파트를 지을 때 쓴 바닷모래가 튼실한 콘크리트로서의 역할을 못한다며 문제된 적이 있다. 우리같은 문외한도 영종도 신공항 공사는 바닷물임을 첫째로 염두에 둘 수밖에 없고 방수재 실험도 바닷물로 해 봐야 한다는 것은 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찌된 것 일까.난, 어려운 시기에도 해고시키지 말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무책임하게 국가 사업을 망친 사람 들은 해고가 아니라 정말 화이어(fire:총살)시키고 싶은 분노가 치민 다.성수대교 붕괴의 충격 속에서 허우적거린 후 곧 5호선 지하철 공사 완공을 앞두고 있었던 때의 일이다. 일부 구간에 8m 철근을 써 야 하는데 6m짜리 철근을 써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개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시공을 해야 하는데 만 2년이 걸리고 1천8백 억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했다. 그러나 5호선 만든 사람은 절대로 5 호선 안탄단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얼마 후 지하철은 개통됐다. 철근을 갈아치웠는지 덧씌웠는지 답이 없는 채.며칠 전 ‘선상 세미나’를 핑계삼아 팔자 좋게 금강산을 다녀왔다. 동해시에서 받은 사전 교육은 ‘묻지마 관광’이 아니라 ‘하지마 관광’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이든지 아무 것도 해선 안될 것 같은 공포분위기였다. 사전 교육을 통해 모두 각오한지라 전날 내린 눈으로 설경에 흠뻑 취했어도 과자 부스러기, 담배꽁초 하나에도 신경 쓰며 깨끗한 금강산을 깨끗하게 놔두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말 잘 듣는 백성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TV로 본 첫번째 금강산 팀들에게 북의 환경감시원이 ‘남쪽의 설악산으로 만들지 말라’고 당부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들은 철저히 우릴 불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청난 벌금을 정해놓았고 실제로 벌금을 물렸다는 몇가지 사례는 우릴 긴장시켜 그 효과는 충분히 나타나고 있었다.이젠 우리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신공항 건설처럼 어마어마한 국가사업에 손해를 끼쳤던 기업이나 관계자들은 어떻게 처리되었기에 도대체 효험이 없이 더 큰 실수가 계속되는가 말이다. 유치한 수단이지만이 어려운 시기에 피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 꼴을 만들었다면 응분의 대가가 있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성수대교, 고속철도 부실에 솜방망이였다면 새 정부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지금도 부실공사가 계속된다면 제2의 건국은 비웃음만 살뿐이다. 국민은 이런 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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