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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방지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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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을 꿈꾸는 사람에게 십장생에 들어 있는 거북과 학은 선망의 대상이다. 놀랍게도 거북, 두루미, 잉어 같은 동물들은 단지 오래 살 뿐 아니라 늙지도 않는다. 자연계에서 노화란 인간과 애완동물만이 겪는 비정상적인 현상일지도 모른다. 미국 미시간주의 에드윈 조지 보호구역에서는 45년째 거북의 수명을 자연상태에서 연구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 60대의 거북이나 20대의 거북이나 사망률은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늙은' 거북의 생식능력이나 면역능력은 젊은 거북에 떨어지지 않았다. 무엇이 거북의 노화를 막는 걸까. 과학자들은 세포차원의 수선능력에 주목한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거북만이 아니다. 새도 포유류에 비해 장수한다. 작은 새는 5~10년, 큰 새는 40~50년을 거뜬히 산다. 포유류는 일반적으로 몸집이 크고 신진대사가 느릴수록 수명이 길다. 서울대공원의 최장수 동물인 코끼리 `칸포'는 63살이지만 생쥐는 기껏해야 2~3년을 못넘긴다. 덩치도 작고 신진대사도 빠른 새가 오래 사는 비결은 뭘까. 워싱턴대 연구팀은 최근 찌르레기와 카나리아의 세포가 포유류에 비해 유리산소에 3배나 잘 견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유리산소는 노화를 촉진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는 물질이다.거북과 새의 장수를 진화론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딱딱한 등껍질과 날개는 천적의 위협을 크게 줄였다. 세포차원의 보수작업을 열심히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고급 승용차일수록 정비에 더 공을 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천적이 거의 없는 심해에 사는 노랑눈볼락이 140살까지 정정하다거나, 같은 쥐이지만 `날개'가 있는 박쥐의 수명이 보통 쥐보다 10배나 긴 30년인 것은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정반대의 전략은 몸이 망가지더라도 짧은 생애에 많은 자식을 남기는 것이다. 곤충이 여기 해당한다. `생식'과 `장수'는 동시에 얻을 수 없는 동물의 숙명이다.사람도 마찬가지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대 토머스 커크우드 팀은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약 1100년 동안의 영국 귀족 가계를 조사했더니 아이를 적게, 늦게 낳은 사람일수록 더 오래 살았다.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의 절반 가까이는 81살 이상까지 장수했다.노화는 세포나 조직속에 생긴 결함이 수리되지 않고 축적돼 일어난다. 심장마비, 치매, 관절염, 골다공증, 시력과 청력 감퇴, 암 등은 상당부분 노화의 결과이다. 노화 억제는 21세기 가장 각광받을 의학분야다. 과학자들은 노화의 신비를 풀기 위해 거북만을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다. 유리산소, 호르몬 그리고 세포분열의 횟수를 결정하는 텔로미어 연구가 한창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노화방지법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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