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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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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버넌은 ‘단순하게 사는 법’에서 여행을 일례로 들며 사람들은 돈 들여 멀리 가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는다고 꼬집는다.여행은 알량하고 제한적인 자기 경험을 버리고 오는 것이므로 집에서 조금 떨어진 오솔길,낯선 마을의 공원 벤치 등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면 다 좋다는 것이다.또 사람들은 홀로 있기를 겁내는데 이는 외로움만 알기 때문이며,나를 둘러싼 공간과 내가 하나가 되는 고독을 이해한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이 밖에 ‘느리게 산다는 의미’의 피에르 상소,‘빨리 빨리’의 저자 제임스 글릭 등이 가속도 시대의 불행한 종말을 경고하고 있다.몇 년 전에 타계한 물고기 연구의 대가 정문기 박사는 이처럼 느리고 단순하게 살면서 삶을 풍요롭게 한 본보기라 할 수 있다.서울 신문로의 댁에서 오전에는 연구를 하시고 오후에는 늘 휴식을 취하셨다.그러나 그 비용은 버스표 한 장 값도 되지 않았다.동네 부근 광화문 일대를 슬슬 걸어다니셨기 때문이다.노학자의 오후 산책이라면 엄숙하고 고상한 표정으로 사색에 잠긴 모습을 생각하겠지만 그 분은 그렇지 않았다.거리의 신문 판매대 아저씨,노점상 아주머니,구두닦이 청년 등 누구든 구별하지 않고 차분히 그 앞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혹시 제자나 아는 사람이 지나다 인사를 하면 거기에 끌어들여 자리를 함께 하도록 했다.두어 시간 정도 가장 복잡한 도심을 그렇게 산책하는 것도 훌륭한 휴식임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것이다.그런 점에서 일과 여가생활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인식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멀리 차 끌고 가서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와야 여행 같고 ,무조건 빨리만 하면 일이 되는 줄 아는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일은 속도보다 치밀함을 중시하고,느리고 단순한 방식의 휴식과 생활 속에서 삶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그러면 일의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고사를 들려주고 싶다.도덕과 학문 높은 스승한테 다 배운 제자가 작별을 고할 때였다.스승은 제자들이 떠날 때마다 날랜 말을 내주었으나 그에게는 예상과 달리 소를 내주었다.그리고 불만스러운 표정의 제자한테 한마디 했다.“자네는 내 문하의 그 누구보다 재주가 뛰어나고 민첩하며 정의심이 넘쳐난다.거기에 말까지 빠르면 멀리 가지 못하고 탈이 생길 염려가 많다.소를 타고 가면서 느리고 둔한 것이 멀리 간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라” 제자는 스승의 말대로 한평생 큰 잘못 없이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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