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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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느긋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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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류시화의 인도여행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라니켑스로 가는 버스는 이미 초만원이었다. 버스 지붕위로 사람 들과 염소들이 올라타고 의자 밑에 닭을 누가 밟았는지 난데없는 닭 비명소리가 난다. 금방 부서져버릴 것 같은 차체는 숨을 몰아쉬며 히말라야 기슭으로 내달리다 몇 사람을 더 태우려고 코딱지만한 어느 마을에 멈추더니 출발할 생각을 안했다. 날은 덥고 냄새는 나는데 검문 받는 것도 아니고 차가 고장난 것도 아닌데 이미 한시간이 지나자 버스 안의 유일한 외국인인 류시화씨는 그만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버스가 왜 안 떠나느냐고 화를 내니 인도인 승객들 대답은 운전사가 친구를 만나 찻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기차도 마찬가지다. 인도 여행중 몇 차례나 다섯 시간 이상 연착한 기차를 경험했고, 이유를 물을 때마다 역무원들은 아마도 기관사가 도중에 친구를 만나 저녁 먹으러 간 모양이라고 태연히 대답했다 한다. 물론 인도인들은 승무 원에게 항의하거나 유리창을 때려부수는 짓은 하지 않고 오히려 앞 좌석의 외국인들을 한두 시간 더 구경하게 된 것이 더욱 즐거운 표정이란다.상상할 수 없는 일에 황당해 하면 ‘여긴 인도가 아닙니까’라는 말로 대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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