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이길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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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겨울 서울 서대문아현교회. 여섯살 소년은 한 목회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큰 어머니를 위해 혼신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10여명의 가족들은 ‘공포’와 ‘호기심’에 몸을 떨고….큰 어머니는 기적적으로 치유됐다.소년은 가족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예수 사랑하심은’이라는 찬송을 불렀다.소년은 평생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갈 것을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그리고 이날 부른 찬송은 평생동안 귓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이 소년이 바로 신라호텔 이길현사장(70.소망교회)이다.이사장은 어릴적의 다짐을 가슴속에 안고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중앙일보·동양방송 도쿄지사장,일본 나카소네정부 대외경제자문위원회 특별참고인,삼성물산 부사장등 그의 발자취가 남은 곳에서는 신앙의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진다.그의 하루는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다.매일 새벽 5시 집근처 도곡동성전교회에서 1시간 정도 기도하고 찬송을 부른다.20여년전인 75년 중앙일보 도쿄지사장으로 근무할 무렵,한국에서 온 목사와 함께 기독교의 불모지인 일본 도쿄중심지에 제일교회를 세운 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한 삶의 제 1계명이었다.주일은 자신이 집사로 있는 서울소망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린다.이사장의 집 이층에는 5평짜리 기도실이 있다.이곳에서 그는 하루일과를 하나님께 보고하고 반성하며 음성을 듣는다.만약 낮에 직원에게 역정과 짜증을 냈다면 이로 인해 쌓여있을 마음속 찌꺼기를 기도실에서 모두 토해내야 비로소 침실에 들어가곤 한다.그는 기도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기도로 마음을 정리하고 묵묵히 사랑을 실천한다.그리고 누구보다도 부지런하다.새벽기도를 마치고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6시30분.도착후 그는 5층 사장실로 가는 대신 호텔 주방실이나 당직실에 들러 밤샘한 직원들을 격려한다.기업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일꾼을 살피고 힘을 주는 것이 오너의 진정한 역할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그래서 주로 말단직원들이 있는 곳을 자주 찾는다.“신앙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먼저 기도를 드립니다.하나님없는 회사경영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하나님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나타난다.지난 93년 일본 내각의 경제자문위원장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사장은 지금도 일본 정치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설교를 했다.“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도록 경제와 정치를 이끄십시오.일본은 애니미즘의 나라인데 이대로 가면 하나님의 은혜를 입지 못합니다.하나님을 믿으십시요”삼성물산 부사장을 끝으로 23년간의 삼성맨 인생을 끝내는 듯했던 이사장은 97년 1월 전격적으로 신라호텔을 맡으면서 7년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이사장은 이 시기를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시련기‘로 회고하고 있다.이사장은 수십년간 일본에서 경제업무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경험으로 ‘뭔가 커다란 경제한파가 몰아칠것 같다’고 예상했다.그는 미리 손을 써 취임초 2천8백명이던 임직원을 분사등을 통해 2천3백명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자산들을 대거 팔아치웠다.또 거품빼기와 함께 이른바 한국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만년적자이던 신라호텔의 경영실적을 지난해 64억원의 흑자로 바꿨다.올해는 2백억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뿐.이번에는 신라호텔의 상품가치를 알아본 알 왈리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등 세계적 투자가들이 호텔을 헐값에 매입하기 위해 그를 회유했다.기업의 매각만이 살길이라며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주위의 분위기도 있었다.그는 새벽기도를 통해 “하나님,신라호텔은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자랑입니다.신라호텔을 살려주시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온몸을 다 바치겠습니다”라고 간절히 빌었다.절박한 호소가 하늘의 보좌를 움직였다.그후 호텔매각은 없었던 일로 됐고 신우회가 조직돼 기독교 정신을 전파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그는 외부에 ‘경영의 귀재’로 알려지기 보다는 ‘나눔정신의 소유자’로 일컬어지기를 원한다.그는 11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번 대학특강에 출강하면서 한번도 강연료를 받지 않았다.그는 강연료 전액을 장학금으로 내놓는다.단지 수혜자가 기독학생이면서 가난하고 공부를 잘해야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다.또 매달 직원들과 함께 월급의 10%이상을 갹출,호텔과 자매결연한 한양대학병원 백혈병환자를 돕고 있다.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다.“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 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장 9절).이는 그의 집무실벽에 걸려있는 족자에 씌어진 ‘천중순예(天中循譽:명예가 되는 일을 숨기듯 쌓으면 결국은 하늘이 알아서 한다)’와 일맥상통한다.“내가 좋아하는 글귀처럼 최선을 다하되 모든 일의 성패를 하나님께 맡기고 있습니다.남은 인생동안 사랑을 베푸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이길현사장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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