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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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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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높은 감투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재상 안자가 반대했다. 공자는 언변은 청산유수 같지만 겉치레에 불과하고 대단히 오만하며 정치도 이념뿐이지 현실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안자를 두고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렇게 격찬했다. '만약에 내가 안자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마차꾼이 되겠다.'안자는 영공, 장공에서 경공에 이르는 3대에 걸쳐 50년 이상을 재상 노릇을 했다. 처세나 권모술수에 능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한번도 자기 신념을 굽힌 적이 없으며 누구에게 아첨을 한 적도 없고 남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그는 한 평생을 두고 할 말만 하고 살았다. 제나라에 쳐들어온 적군과 맞싸운 영공의 군대가 대패하자 겁먹은 영공이 도망치려 했다. 안자는 '군세를 정비하여 다시 싸우면 틀림없이 이긴다'면서 임금의 옷자락을 잡고 만류했다. 그것을 뿌리치고 도망가려다 영공의 옷이 찢겨져 나갔다. '무례한 놈'이라며 영공이 칼을 잡았다. '전하께서 이처럼 겁이 많아서야 되겠습니까' 하고 안자가 거침없이 말했다. 더 이상 용서하지 못하겠다며 영공이 칼을 뽑아들었다. '저를 자를 수 있는 용기를가지고 적과 싸우십시오'라고 안자가 힘주어 말했다. 멈칫한 영공이 안자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너를 죽일 용기는 없다. 그러니 후퇴하는 것을 막지 말라.' '정 그러시다면 후퇴하시는 전하의 안전을 위해 제가 뒤를 맡겠습니다.' 이리하여 임금은 무사히 후퇴할 수가 있었다.영공의 뒤를 이은 장공이 최저에게 살해되었을 때의 일이다. 안자는 호위병도 없이 최저의 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장공의 사체를 끌어안고 예를 따라 통곡하고는 그냥 집을 나가려 했다. 이를 보고 최저의 부하들이 활로 쏘아죽이려 하자 최저는 이를 말렸다. '죽이면 안 된다. 임금이 죽었다고 백성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할 때 이를 진압할 수 있는 것은 저 자밖에는 없다.' 이리하여 무사히 문 밖으로 나온 안자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공의 시종 무관이 물었다. '임금을 살해한 자를 그냥 둬도 좋겠습니까' '임금이 사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다면 몰라도 신하의 아내와 내통하다 살해됐다면 군주에게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다'고 안자가 대답했다.경공 때 불길한 별이 뜨고 큰 가뭄이 있었다. 궁전에서는 불길한 별이 사라지도록 기도를 했다. '이래도 별이 사라지지 않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하며 임금이 눈물을 흘리자 신하들이 덩달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속에서 안자는 껄껄 웃었다. '나라의 흥망과 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보다도 공권력을 남용하며 정치를 농단하고 있는 전씨 집안이 문제인 것을 모르십니까.' 그 자리에서 함께 있던 전씨는 안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그도 안자에게 손을 대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최고의 권력자였으면서도 안자는 장바닥 모퉁이의 오막살이 집에서 가난하게 살았다. 마차도 없이 늘 걸어서 관청을 왕복하는 그를 일반서민은 임금 이상으로 우러러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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