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일 하다 겪는 어려움
본문
화재에 가린 김원장의 헌신11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김경빈신경정신과의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김경빈원장도 폐에 심한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져 있다. 우리는 목숨을 잃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화상을 입고 입원중인 환자들에게도 위로를 보내야 한다. 또 많은 인명을 앗아간 화재참사의 의미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김원장이 하고자 했던 일이다.김원장은 1984년 이래 국립정신병원에서 알코올 및 약물중독자 치료에 전념해 온, 전공분야에 대한 신념이 뚜렷한 의사다. 국립정신병원 재직시알코올 및 약물남용 상담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당시 사회의 미개척 분야였던 알코올 및 약물남용 분야에 헌신적이었다. 이 분야는 의사들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전문적인 치료기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대부분의 환자가 장기 치료를 요하거나 빈곤층이 많아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필자가 김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1988년 전국청소년약물남용실태조사 발표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자 외롭게 이 분야에서 일하던 김원장은 함께 일할 사람을 만나게 됐다며 매우 기뻐했다. 그 이후 김원장은 청소년약물남용 분야에서 고위험군 식별조사표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청소년 약물상담 연구와 실무에 관여해 왔다. 1994년부터는 개인 신경정신과의원을 개원해 알코올 및 약물환자를 돌보는데 전념했다. 간호사들을 미국에 연수보내는 등 전문적인 약물상담 기법을 들여오는 데도 기여했다. 또 많은 환자들에 대한 무료진료를 추진해 왔다.이런 혁신적인 활동을 한 김원장에게 이번 화재가 숭고한 뜻을 추구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왜사건의 예방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는가에만 관심을 집중시킨다. 물론 그 점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이뤄지고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자칫 문제의 원인에 너무 매달리다 보면 문제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은 하지 못한 채 한 개인이나 조직을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하나의 개인병원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전체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현재 우리나라에는 알코올 및 약물남용자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공식 통계조차 없는 현실이다. 청소년 약물남용자에 대한 통계만 있을 뿐 일반인에 대한 전국적인 현황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특히 약물남용자의 경우 정부에 신고하도록 돼있는 현행 법률의 처벌 위주의 제재 때문에 마음놓고 치료받거나 치료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오랜 기간 수입이 없거나 가족으로부터 소외돼 있어 치료비를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더 이상 알코올 및 약물남용자를 범죄자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이들의 치료를 위해 의료보험 혜택을 주고 김원장처럼 개인 차원에서 헌신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국가적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