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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받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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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원형감옥’을 경계한다.“금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란 예찬을 받는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달로 언론 자유와 참여 민주주의는 확대될 것이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지금 누군가가 우리의 모든 것을 훔쳐볼 수 있는 감시의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미국 워싱턴 시내에 사무실을 둔 조지워싱턴대 사이버스페이스정책연구소 소장 랜스 호프먼 교수에게 원형감옥은 미래사회의 암울한 징표이다.‘수감자는 둥그렇게 배치된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고 감시자는 한가운데에 앉아 항상 모든 방 안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수감자 개인은 다른 수감자의 방은 물론 감시자의 얼굴조차 볼 수 없다. 어떤 결과를 낳을까. 수감자는 항시 감시당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중엔 감시자가 실제로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감시하며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에 이른다.’ 원형감옥은 감시사회를 빗댄 모델이다.18세기 영국 실용주의 사상가 벤덤이 처음 쓰고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재정리한 이래, 이 말은 정보혁명이 몰고오는 새로운 문명의 감시체제를 우려하는 20세기말 지구촌 공동체의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는 이런 감시자의 상징으로 거론된다. 원형감옥은 과연 디지털 문명의 운명적 모델이 될 것인가.세계 정치 1번지인 워싱턴엔, 언제부터인가 빅 브러더의 출현을 경고하는 사람과 단체, 연구소들이 하나둘 늘어나 의회의 프라이버시 관련 입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은 세기말의 문명 시간표가 전자감시사회와 정보민주주의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경고한다. 호프먼 교수는 “빅 브러더는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벽 뒤에 감춰져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콜라병에도, 텔레비전에도, 신용카드에도 존재할 것이다. 벌써 강력한 컴퓨터가 손목시계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는가. 문명의 이기는 시간을 절약하고 세상을 편리하게 하겠지만, 이는 감시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막았을 때 얘기다.”벌써부터 그 조짐은 빅 브러더 경고자들의 눈에 명백하게 비치고 있다. 방 하나를 온통 차지했던 예전의 수많은 개인정보 서류철들이 이젠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작은 공간에 저장되고, 이는 다시 네트워크에 의해 대용량의 영상정보까지 빠르게 유통되는 기술의 발전을 세계는 지금 막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컴퓨터는 24시간 내내 컴퓨터통신과 전자상거래, 금융, 교통, 보건, 의료 등을 오가는 사람들의 흔적을 추적해 개인정보를 어김없이 기록·저장하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다시 이를 분류·분석할 수 있다. 직장에선 컴퓨터로 이뤄지는 사무노동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다. 직원의 움직임과 현 위치를 파악하는 전자 배지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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