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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인류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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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격언은 이제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인터넷이 그 자리에 대신 꿰차고 들어 앉았기 때문이다. ‘사이버 공간(cyber space)’으로 불리는 인터넷은 심지어 인류를 미래사회로 안내하는 나침반으로 여겨질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똑똑한 젊은이들마다 너나없이 인터넷 벤처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들 신흥기업의 주가(株價)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의 추세도 이런 인식의 한 단면을 반영한다.실제로 인터넷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컴퓨터 앞에 앉아 한번의 클릭만으로 편지와 전화를 주고 받기도 하며 쇼핑을 즐길 수도 있게 됐다. 며칠 전 미국의 대통령후보 예비선거에서는 인터넷 투표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몇몇 나라에서는 ‘사이버 전쟁’을 준비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진다. “인터넷을 지배하는 사람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이미 현실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이런 판에 “앞으로 인터넷을 포함한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지적은 다소 엉뚱하게 들린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아닌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인 빌 조이의경고라고 하니 그냥 넘길 내용만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이 핵무기보다 더위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충고라고 한다. 그것도 멀지 않은 2030년께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니 어찌 섬뜩하지 않겠는가.인류가 만들어낸 어떠한 기술도 그 자체로서 ‘멋진 신세계’를 보장하는 절대적인 ‘복음(福音)’일 수는 없다. 빌 조이의 지적대로 컴퓨터 성능이 현재보다 수백만배 강력해지고 로봇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어 스스로복제 능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인터넷이 노스트라다무스가 예언한 ‘공포의 대왕’이 될 것인지 여부는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 인간이 과도한 욕심을 부려 기술에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최후의 날’은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을 것이다.2000년 03월 15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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