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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적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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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기를 종교는 현실 문제와 관계없는 종교적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이러한 주장으로 말미암아 오늘 한국교회는 사회의 제반 영역으로부터 소외돼 ‘종교’라는 하나의 특정한 영역으로 위축되며,기독교의 진리가 사회 전반에 대한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그러나 종교도 결국 사회와 인간 세계를 위한 것이다.그래서 예언자들은 단지 종교적,영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물론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지 않았던가.따라서 종교의 진리는 언제나 인간과 그의 세계에 대해 어떤 의미와 기능을 가질 수밖에 없다.그것은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종말론도 마찬가지다.종말론도 인간과 그의 세계에 대해 긍정적 의미와 기능을 가질 수도 있고 부정적 의미와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그럼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일부 물리학자들이 예언하는 말세적 종말론은 어떤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가.여기서 우리는 주로 그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고찰하고자 한다.첫째,말세적 종말론은 현실의 세계에 대한 무관심을 조장하는 기능을 갖는다.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결국 대재난과 파멸로 끝날 것이며 없어질 것이라고 믿을 때,이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오히려 다음에 올 저 시대의 소위 ‘새 하늘과 새 땅’에 관심을 갖게 된다.둘째,말세적 종말론은 현실 세계에 대해 등을 돌린 자세,세계를 거부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형성한다.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그들 자신과 관계없는,멸망으로 끝날 이 세계 사람들의 문제로 간주되기 때문이다.이 세계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폐쇄된 집단 속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말세적 종말론자들의 삶 속에 이러한 삶의 태도가 여실히 나타난다.셋째,말세적 종말론은 피조물들의 고난에 대한 무감각을 조장하는 기능을 갖는다.상대방에게 무관심하고 등을 돌린 자세로 살아갈 때,상대방이 어떤 고난과 고통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받든지간에,장차 올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면서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형성된다.넷째,말세적 종말론은 무세계적,무역사적,탈사회적 삶의 태도와 신앙 양태를 조장한다.말세적 종말론을 믿는 사람은 이 세계와 사회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기 때문에,그는 이 세계와 사회 안에 살지만 마치 그것을 벗어나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그는 마치 이 세계와 사회가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아니면 아무 의미도 갖지 않은 것처럼 살아간다.그는 사회 안에 살지만 사회를 벗어나 있는 것처럼 살아가며,역사 안에서 살지만 역사를 벗어나 있는 것처럼 살아간다.여기서 말세적 종말론의 무책임성이 드러난다.다섯째,이리하여 말세적 종말론은 지금의 사회와 세계를 바르게 변화시키고 개혁함으로써 보다 나은 세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창조적 정신을 마비시는 기능을 행사하게 된다.지금의 사회와 세계는 대 재난과 파멸로 끝날 것으로 결정돼 있기 때문에,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일은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따라서 이 세계와 사회의 문제들에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고민할 필요도 없다.비인간화된 이 사회의 인간성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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