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지적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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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넘보는 동물의 지능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는 동물이 있다. 1985년에 태어난 암컷 침팬지 팬배니셔(Panbanisha)와 스무살의 오랑우탄 챈텍(Chantek)이 주인공이다. 미국 조지아주립대학 언어연구센터에서 훈련받은 팬배니셔는 약 3천여개의 단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컴퓨터 합성장치로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간단한 문장은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심지어 과학자들과 함께 비디오를 본 뒤 토론까지 벌이기도 한다. 애틀랜타 동물원의 챈텍도 2천개 단어를 학습한 뒤 요즘 음성합성기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이들은 문자 기호를 배운 뒤 순서대로 키보드를 눌러 문장을 구성한다. 컴퓨터는 동물들의 의사표현을 말로 합성하고 모니터에 글자로 띄운다. 컴퓨터에 나타난 글씨를 받아쓰는 이들은 머지않아 분필로 글씨를 쓰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네살짜리 인간의 언어와 인지능력을 지닌 말 그대로 ‘준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이런 동물의 인지능력은 비단 침팬지에서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여러 동물들이 감각과 운동 분야에서 오랜 세월 동안 놀라운 능력을 갈고 닦아왔다.의사소통 체계 있어… 박쥐는 음파분석 탁월동물의 인지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하거나 버금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식충 박쥐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내보내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서도 먹이를 쉽게 찾아낸다.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향으로 주변 사물들의 존재와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다. 박쥐는 인공 음파탐지기보다 정밀하게 음파 이미지를 분석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한다. 긴꼬리원숭이는 경계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경고음을 낸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산 바우어새의 수컷은 정교하고 다채로운 집을 짓는다.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매일 신선한 꽃이나 달팽이 껍질 조각으로 치장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침팬지와 오랑우탄은 의식이 없을 때 이마에 특이한 점을 새겨놓으면 깨어나 거울을 보면서 이마를 닦아낸다.스스로에 대해 자각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동물은 언어가 없기에 사물과의 관계를 맺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 하기 쉽다. 하지만 주위 세계를 기호로 나타내지 못하는 해양 포 유류들도 가족과 적을 인지하고 사회적인 행동과 식량 구하기, 항 해를 하고, 백상어 같은 천적을 피한다. 복잡한 일들을 무리없이 소화해내는 것이다. 바다표범 새끼는 살아남기 위해 여러 소리나 냄새로 물체를 파악하고, 자라서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을 챙긴다. 이때 어미와 새끼의 의사소통은 주로 청각으로 이뤄진다 . 강치들이 사는 곳에서 나는 으르렁거림, 큰 울음소리, 낑낑거림 등도 상호작용을 위한 행동이다. 새들과 포유동물이 장난을 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장난은 먹이 채집이나 생식과 관련이 없는 반복적인 행동이다.그런데 놀랍게도 문어들은 미로를 통과하며 장난을 칠 정도로 영리하 . 그런 까닭에 문어는 무척추동물 세계에서 천재로 통한다. 어떤 게는 촉수에 독이 있는 말미잘을 이고 다니면서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포식자에게 무기처럼 휘두른다. 재갈매기는 대합이나 소고둥 등의 조개류를 몇 미터 위에서 바위에 떨어뜨려 단단한 껍질을 깨서 먹는 지능적인 행동을 한다. 일본산 왜가리는 연못에 나뭇가지를 떨어뜨려 물고기들을 꾀어들인다.돌고래는 인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이름을 가진 동물이라 할 만 하다. 그들은 개체별로 독특한 진폭과 주파수로 휘파람을 분다. 태어난 뒤 얼마간은 한정된 레퍼토리의 소리를 내뱉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돌고래의 휘파람 소리도 낸다. 다른 돌고래를 호출 할 때 나는 소리는 마치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수족관에 갇힌 청백돌고래는 거북과 펭귄의 헤엄치는 자세를 흉 내내기도 한다. 이 돌고래는 갈매기 깃털로 수족관 밑에 있는 바닷말을 긁어모으는 잠수부 모습을 재현한다. 뛰어난 모방꾼 정도로 여겼던 앵무새도 자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꿀벌은 총천연색으로 사물을 보며공중에서 편광으로 방향을 잡는다. 물방울을 내뿜거나 날개로 벌통을 식히고 몸을 떨어 벌통을 데우기도 하는 꿀벌은 환경 조절의명수이기도 하다. 꿀벌의 이런 행동은 학습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춤을 추기도 하지만 의식적인 행동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뱀의 인지능력도 상상 밖으로 뛰어나다.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신경학자 데이비드 홀츠먼은 사로잡아 기른 옥수수뱀을 자연환경과 비슷하게 꾸민 플라스틱 통에 넣은 뒤 빛을 쪼여 탈출구를 어떻게 찾는가를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지켜보았다. 뱀들은 한동안 통 속을 헤매다가 이내 깜깜하고 아늑한 곳으로 통하는 구멍을 찾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처음에 구멍을 찾는 데 700초 이상 걸렸던 뱀들이 훈련 4일째 되는 날에는 평균400초로 단축되고, 어떤 뱀은 30초 정도에 출구를 찾아내기도 했다. 뱀은 일반적으로 혀를 날름거리며 화학적 단서에만 의존하는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뱀도 색깔이나 빛에도 뚜렷한 반응을 보이며 학습을 통해 공간을 익히고 나름의 기억도 만들었던 것이다.인간의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동물들의 지능적 행동.하지만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의식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의식이 없다거나 단순히 본능적 행동이라고 단정하는 건 잘못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살아가기 위해 주위 환경을 감각하고 반응하는 외부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나름의의사소통 체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 수두룩하며 모방 학습에 익숙하고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지구상에 출현했던 수많은 생물가운데 인간이 문명을 건설한 유일무이한 종이라는 오래된 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생명의 본성상 조건이 허용되기만 하면 어느 동물이건 물질의 근본적 표상의 하나로 지능을 가질 수 있기때문이다.지능지수로 동물 지능 평가 금물인간의 염색체 하나에 들어 있는 정보의 양은 500쪽 책 4천권에 해당한다. 태어나서 14살이 될 때까지 매초 3천만개의 시냅스가 형성되기도 한다. 시냅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공간으로 뇌의 화학 작용이 일어난다. 시냅스가 많다는 것은 바로 뇌작용의 활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인간의 뇌. 창조와 이해, 평가, 대화를 주관하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대뇌피질은 약 2억년 전 상어류의 대뇌피질에서 비롯됐다. 인간의 대뇌는 조스의 후예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전통적인 지능검사로 동물의 지능을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동물의 지능을무시하기 힘들다. 더구나 지능지수로는 인간의 창조성과 실용적인 지식을 제대로 평가하지도 못한다.지능이 자신의 환경에서 가치있는 걸 만드는 심리생물학적 잠재력이라면, 어떤 동물들은 인간보다 탁월한 지능을 지녔다고 볼 수도있다.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동물행동학)는 동물의 지능을 판단하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한다. “동물의 인지능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독특한생존조건에서 비롯된 행동을 저차원의 것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동물들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문제해결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난 경우도 많이 있다. 개미 한 마리의 능력은 보잘것없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고도의 분업체계와 놀라운 정신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인간이 동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을뿐이다.”인간과 대화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을 버리고 키보드를 익히는 침팬지. 준인간으로서 인간이 되기 위해 애쓰는 그들은 가엾은 존재들이다. 고유한 생활방식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기에. 물론 다른 동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간의 오만이 낳은모습이다. 분자로 표시되는 유전적 관계로 따지면 아주 가까운 사이임에도 인간은 아직 그들을 친척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지적능력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을 인정했을 때 생명의 합창소리가 더욱 장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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