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들어주는 문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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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속에 이런 이상한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많은가.깊은 얘기,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 같지만 의미는 없고 ‘소리’뿐인 대화가 얼마나 많은가.커뮤니케이션 매체는 첨단화하고 있지만,정작 사람과 사람간의 진솔한커뮤니케이션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홍수에 마실 물이 부족하듯,말은 많은데 진정한 대화는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너무 바쁘고,너무 정보가 많고,너무 관심을 끄는 일들이 많아 그런 것 같다.정보통신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는 목 염증 환자가 많다고 한다.독신자가 많아 가정에서 말할 상대가 없는 데다,직장에서도 컴퓨터로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노래방엘 가보면 노래하는 사람은 열심히 부르는데,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다른 사람이 노래하는 동안 나머지는 자기가 부를 노래만 찾고 있다.현대인의 특징은 눈이나 귀는 분명히 상대방을 향하고 있지만 생각은 엉뚱한 곳에 가 있다는 점이다.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머리 속은 많은정보로 가득 차 있다.스펀지가 물에 흠뻑 젖은 것 같이.이러한 시대일수록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특히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적극적인 청취’가 필요하다.하던 일을 중단하고,눈을 마주쳐 주고,상대방의 말에 신나게 맞장구 쳐주는 것이다.상대방의 말에 “아,그래요”,“정말 그렇겠네요”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정말 재미있네요” 이런 말로 맞장구를 쳐준다면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신이 날까.아예 대꾸도 하지 않고 맥 빠지는 반응으로 상대방의 입과 마음을 굳어버리게 하는 수도 있다.“에이,썰렁하네” “그 얘긴 올드 패션이야” “쓸 데 없는 소리 하지마” “닥치지 못해” “너 사오정이냐” 이런 말을 듣고 얘기 더 할 사람은 없다.요즘 청소년들은 리모컨 세대다.재미가 없다 싶으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려버린다.어느 고교에서 전교생에게 특강한 적이 있다.강의를 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집중해주지 않아 ‘진압’에만 5분 이상이 걸렸다.강의를 시작했어도 학생들은 옆과의 ‘대화’에 더 열심이었다.찜찜한 마음으로 강단에서 내려오니,교사들이 위로해준다.그래도 다른 날에비해 상당히 경청을 한 편이라며.그때 한 교사가 해준 말을 잊을 수 없다.“요즘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을 안 듣는 것 같아도 사실은 다 들어요.그러나 정작 어른들은 교회에서 목사님 말씀 잘 듣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별로 안 듣지요”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려는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없다.사람이란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맞장구는 대화의 보약이다.가정에서,직장에서,교회에서 내 목소리는 줄이고 제발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그리고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자.“그대가 뭔가를 말하는 동안,그대는 들을 수 없고 배울 수 없다”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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