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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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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침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서양에서도 뛰어난 치료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엘 에이 타임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침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76%에 이르고, 침을 맞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26%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하고 있는 `금연침'은 프랑스 의학자 P. M. F. 노지에가 한의학의 침술을 응용해 고안해 낸 것이다.미국에서는 최근 5년 동안 한의학, 자연식물요법, 냄새치료, 음악치료 등 이른바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단연 한의학이다. 미국 안에 한의대가 있다는 사실조차 생소할 수 있겠지만, 미국 내 한의과대 학생수는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의대에 속하는 로스앤젤레스의 사우드배일로대학과 엠퍼러대학은 최근 5년 사이 학생수가 두 배로 늘었다. 학생들의 구성도 동양계 중심에서 미국인이 더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지난 97년 11월 “수술 뒤 나타나는 구토증과, 특정한 통증에 더러 침이 효과가 있다”고 부분적이나마 처음으로 침의 효능을 인정했다. 국립보건원은 지난해부터 대체의학 관련 연구 예산을 1천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로 늘리고, 99년부터는 대체의학사무소를 `센터'로 격상시켰다. 사무소에서 센터로 격상한다는 것은 예산이 다시 두 배로 뛰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미국 정부에서 이처럼 대체의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우선 의료소비자들의 욕구가 대체의학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엘 에이 타임스>는 지난해 9월2일자 기사에서 미국인들이 한해 동안 대체의학에 지출하는 비용이 18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체 의료비 지출의 40~45%에 이르는 숫자다. 두 번째 이유는 대체의학이 만약 안전성과 효능만 있다면 서양의학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수만달러가 드는 수술로도 못고치는 척추장애 등을 침으로 고칠 수 있다면 그 비용은 1천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10여년 동안 서양의학의 물리치료 요법으로 치료해오다 한의학을 배워 지난 95년부터 한의사로서 임상진료를 하고 있는 론 소콜스키(55) 사우드배일로대학 교수는 “신경마비 증세와 관절염 등 물리치료나 서양의학의 수술로 완쾌시킬 수 없는 증상을 값싼 진료비로 치료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그는 “한의학은 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데 반해 서양의학은 증상만을 치료한다”고 한의학이 더 우월함을 인정한다. 그는 “서양의학이나 한의학은 각각 장점이 있으므로 함께 작업을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의학계는 과연 동서의학의 장점을 종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낙관할 수는 없다. 국립보건원 등 정부기관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그 동기는 대체의학을 발전시키려는 데 있다기보다 한의학을 포함한 대체의학을 서양의학의 체계 안에 포함시키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학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발전시켜 온 한의학 가운데 서양의학의 방법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박준환 사우드배일로대 총장(69)은 서양의학의 보완을 위한 대체의학 연구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의 몸을 잘게 쪼개어 보는 서양의학의 원리로 보자면 인공심장 이식이 실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인공심장을 최초로 이식받은 치과의사 클라크가 죽은 뒤에도 인공심장은 뛰고 있었다는 사실은 서양의학의 원리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박 총장은 “대체의학이란 말보다 `보완의학'이란 표현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동서의학이 서로 보완적으로 의술을 전개할 때 이상적인 의료체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과학은 서양 근대과학보다는 한의학의 패러다임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박 총장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대등한 수준의 과학적 설득력을 지녀야 새로운 동서융합의 문명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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