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의 영적 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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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의 세도나에는 인디언들의 전통 기도의식을 재현하는 `스웨트 로지(땀의 통나무집)'라는 이름의 수련원이 있다. 대부분이 백인들인 행사 참가자들은 의식이 진행되기 전 저녁을 굶고 개울에서 크고 매끈한 돌을 하나씩 고른다. 참가자들은 티피(인디언 움막집) 안에서 인디언 기도문을 외우고, 의식을 진행하는 인디언들은 이 돌들을 불에 구워 달군 뒤 사슴뿔로 들어 티피 안으로 한 무더기씩 들여보낸다. 안에서는 달군 돌에 물을 뿌려 수증기를 피워낸다. 일종의 한증막으로 변한 티피 안에서 참가자들은 먼저 육신을 위해 기도한다. 두번째 돌무더기가 들어오면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세번째는 육체와 영혼의 합일을 위해 기도한다. 기도하는 대상은 기독교의 하느님이든 이슬람의 알라신이든 불교의 부처이든 상관이 없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돌이 들어오면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신대륙을 차지했던 백인의 후예들이 영혼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원주민의 기도문을 외우는 모습은 매우 아이러니하다.`미국의 계룡산'이라 할 수 있는 세도나에는 미국 유럽 인도 중국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명상 수련 단체 30여개가 몰려있다. 이들은 요가 명상 기공에서부터 수정·카드점 심리치료 샤머니즘 등 다양한 삶의 양식을 제시한다. 세계 뉴에이지 협회 본부도 이곳에 있다. 세도나 뿐 아니라 산타페 산타바바라 등 인근지역에도 크고 작은 많은 명상단체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세도나 상공회의소는 한해 300만명에 이르는 이 지역 관광객 가운데 대략 30% 이상이 명상·수련과 관련한 방문이라고 보고 있다. 신대륙에 유럽인이 상륙하기 이전부터 인디언들의 성지이던 이곳은 1981년 엠아이티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페트 샌더스 주니어가 이곳에 `기의 소용돌이'(보르텍스)가 일고 있다는 주장을 편 이래 세계 각국의 명상단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종바위 성당바위 등 모두 여섯 곳의 보르텍스가 유명한데, 명상가들은 이 보르텍스에서 명상을 하면 매우 깊은 `영적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명상 요가 선 등 동양의 수행법은 이제 유럽 북미 등 서양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대중가수 마돈나가 요가를 즐긴다거나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와 스티븐 시걸 등이 티벳 불교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 버클리대 물리학과의 연구자들은 하루 8시간 가운데 5시간을 명상에 소요하고 하루 3시간만 집중해 연구에 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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