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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노동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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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한 추리작가 엘러리 퀸은 사촌형제인 맨프리드 리와 프레데릭 더네이의 공동필명이다.이들이 창조한 명탐정이 필명과 같은 엘러리 퀸.영국의 코넌 도일,애거서 크리스티가 각각 만들어낸 셜록 홈스,에르퀼 포와로와 함께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캐릭터다.그러나 크리스티가 포와로 못지않게 개성있는 명탐정 미스 마플을 따로 창조했듯 퀸도 또 다른 명탐정을 만들어냈다.드루리 레인.명탐정치고는 희한하게도 말은 하되 듣지 못하는 장애인이다.그러나 ‘장애인 탐정’은 레인만이 아니다.이를테면 영국의 어니스트 브라머가 창조한 추리소설 사상 최초의 장애인 탐정 맥스 캐러도스는 맹인이고,국내에도 방영됐던 TV시리즈 ‘아이언사이드’의 아이언사이드 경감은 다리를 못 쓰는 휠체어 탐정이다.이들은 신체기능의 일부를 못 쓰게 된 대신 더욱 발달한 다른 기능을 활용함으로써 탐정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한다.레인은 소설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듣지 못하는 대신 관찰력이 커집니다.또 잡소리가 차단됨으로써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지요”말하자면 장애인은 장애가 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초정상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지금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는 김성재(金聖在) 전 한신대 교수도 장애인복지대책위 의장 당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은 앉아서 하는 일의 전문가다.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거나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시각장애인은 청각이 놀랄 정도로 발달돼 있어 음을 가려내는 조율 등의 직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또 사고가 단순한 정신지체장애인의 경우 단순반복작업에서 능률적이다”사실 이런 현상은 ‘상식’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그런데도 장애인이 지닌 잠재 노동력의 가치는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그것도 장애인 복지를 위해 당연히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에서 더하다.보건복지부가 5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장애인 고용비율은 행정부 1.02%,입법부 0.38%,사법부 0.54%,광역자치단체 1.62%에 불과했다.특히 그 중 꼴찌를 차지한 대검찰청은 겨우 0. 13%였다.장애인고용촉진법상 공공기관에 대한 장애인 고용 권장치가 정원의 2%니까 행정부만 간신히 권장치의 절반을 넘은 셈이다.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이러니 일반 기업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지난달 노동부가 낸 국감자료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30대 그룹의 의무고용률은 평균 0. 31%.종업원 3백명 이상의 기업에 대한 의무고용비율 2%에 턱없이 모자란다.이를 시정하기 위해 노동부가 공공기관에도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일반 기업에는 장애인 미고용 부담금을 인상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추진중이라지만 법이 개정된다 해도 성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관건은 법적 규제보다 인식의 전환이기 때문이다.특정부분에서 장애인은 ‘초정상인’이라는 ‘상식’이 통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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