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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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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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아침 자습시간에 내 옆을 지나가던 학생과장 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자료실로 불렀다. 영문도 모른 채 자료실로 들어선 나를 험상궂게 째려본 선생님은 ‘엎드려뻗쳐’하라고 했다. 그리곤 청소용 밀대로 서너대 엉덩이를 때린 후 나보고 담배를 내놓으라고 했다. 웬 담배 나는 담배를 피지 않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교무실까지 들릴 정도의 큰 목소리로 “너, 나 놀리나. 너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내 코는 못 속인다. 빨리 담배 내놔라. 안 내놓으면 학칙에 따라 처벌할 거다”하면서 밀대 방망이로 마룻바닥을 쾅쾅 두드렸다.정말 하늘을 두고 맹세한다면서 절대로 담배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가 나는 1교시 수업 전까지 자료실에서 원산폭격 벌을 섰다. 밑도 끝도 없이 서는 벌,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당하는 치욕이 더 서글펐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에게 찾아가 울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했다. 담임 선생님이 학생과장 선생님을 찾아가 이유를 묻고 나에게 벌을 준 경위를 말해주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내 교복에서 담배 냄새가 아주 진하게 난다는 것이었다.그제야 그 전날 까만 동복을 부모님 방에 걸어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은 하루에 담배 한 갑을 사이좋게 나눠 피는 애연가, 나쁘게 말하면 골초였다. 그래서 늘 담배냄새가 몸에 배어 있는데 다른 사람이 그것을 알 턱이 있겠는가어쨌든 담배 한번 피다 걸리면 유기정학, 두 번이면 무기정학, 세 번이면 퇴학당하던 서슬 시퍼런 시절에 담배연기에 찌든 겨울 교복을 입고 당당하게 나섰다가 담배와 철천지원수가 되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의 인생관에 두 가지 결심이 섰다. 하나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담배 피우지 않는다는 것과 학생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교사가 되겠다는 것이다.오늘도 담배 피우다 타의에 의해 청소년 금연교실에 들어온 학생(요즘은 여학생도 많다)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먼저 앞선다. 그리고 담배 피는 아이를 나무라기에 앞서 나부터 담배를 끊는 부모와 교사를 기대해본다. 나는 ‘바담 풍’하면서 너는 ‘바람 풍’해라 하면 누가 그 말을 믿고 따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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