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백현목사의 고물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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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백현 목사에게는 철저한 ‘고물철학’이 있다.그에 따르면 고물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능력이다.고물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는 대상이다.국민들은 고물을 아껴야 하고 성도들과 목회자들은 고물인생을 귀하게 다뤄야 한다.고물에도 좋은 고물과 나쁜 고물,대우 받아야 할 고물과 그렇지 못한 고물이 있다.중요한 것은 주님은 고물을 사랑하셨다는 것이다.나약하고 병든 자,헐벗은 고물인생에게 찾아 가셨다는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고물은 하나님이 인생에게 주신 무한한 자원이다.율곡중앙교회에 가면 대부분의 교회 용품들이 고물을 재활용 한 것들이다.본당내의 6개의 선풍기도 고물이고 올갠도 고물을 갖다 논 것이다.한목사는 사람들이 쓸만한 것도 갖다 버린다며 물자를 아껴야 한다고 말한다.농촌교회들이 도시 교회만 쳐다 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고물을 수집한다면 재정적으로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실 고물을 모으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환경보호에도 영향을 준다최근 한목사는 환경파괴의 주범인 농약병을 모으고 있다.수많은 농약병이 농촌에 쌓여있어 애물단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한목사에게 고물사랑은 바로 인간사랑,환경사랑인 셈이다.골목 누비며 사랑줍는 ‘고물장수 목사님’고물장수 목사님”주민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그가 사역하는 교회도 ‘고물교회’라고 부른다.그도 그럴 것이 교회당에 들어서면 각종 고물이 그득하고 교회도 고물을 재료로 건축했기 때문이다.‘고물목사’에 ‘고물교회’지만 교인들은 물론 주민들은 마음깊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회의 ‘성자와 같은 고물장수 목사님’이라며 존경하고 있다.그가 줍고 나눠주는 것은 고물이 아니라 사랑이다.예수 그리스도가 사랑과 희생을 통해 고물 인생들을 멋진 인생으로 바꿔주신 것 처럼 그 또한 나눔의 실천으로 잃어버린 영혼을 찾고 있다.한백현 목사(48).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의 율곡중앙장로교회를 담임하는 한목사는 매일 마을의 고물을 모아 이웃을 위해 선한 일을 하는 고물장수 목사다.넥타이는 주일외에는 매지 않고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매일 1톤 트럭을 몰고 고물을 찾아 나선다.고물을 수거해 팔아 모은 돈으로 교회 사역은 물론,하루도 빠짐없이 마을 노인들을 위해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장학금을 주는 등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고물을 찾아 다니면서 헐벗은 사람을 만나면 먹을 것은 물론 약간의 돈도 쥐어준다.걸인과 노숙자를 만나면 반드시 교회로 데려와 돌봐준다.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자가용’이라고 말하는 1톤트럭에는 박카스 등 음식물과 갖가지 용품이 그득하다.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주기 위한 것들이다.이미 삼죽면은 물론 안성시 전역에 한목사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위해 고물을 모아둔다.예장 성합교단 소속인 한목사는 91년에 목사 안수를 받은 뒤 충주에서 목회를 했다.그러다 어려운 지역에서 개척사역을 하기 위해 이미숙 사모(40)와 한달간 장소를 물색하다 삼죽면 율곡리에서 영적인 신음소리를 듣고 96년 4월 정착을 결심했다.98%의 주민들이 무속신앙을 지닌 율곡리 마을의 한 흉가에서 교회를 시작했다.누구나 1년을 못살고 죽는다는 흉가를 교회와 사택으로 삼고 98년까지 살았다.한목사 부부는 텃세가 유난히 심한 동네 주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지나가는 사람들은 물론 동물에게까지도 인사하고 안아줬다.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다 했다.함께 고추밭 일을 하고 장례식 때면 도맡아 관을 맸다.독지가가 무료로 기증한 15인승 중고 봉고차로 19개월 동안 학생들을 등하교시켰다.학력이 딸린 아이들은 별도로 과외를 시켜줬다.점차 주민들이 한목사 부부를 인정하며 일원으로 받아들였다.한목사 부부는 마을 청소를 하다가 사방에 고물이 많은 것을 보고 이것을 모으기 시작했다.그리고 수거한 것을 분리해 팔아보니 돈이 됐다.많은 돈은 아니었으나 고물을 팔아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됐다.작은 마을에서 적지않은 고물이 나오는 것을 보고 국가 전체적으로는 얼마나 많은 고물이 생기겠는가 생각하며 고물을 모았다.그리고 교회에 고물이 쌓였다.고물이 쌓인만큼 사랑의 나눔도 퍼졌다.부정기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다가 올 4월부터는 인근 삼죽노인정에 매일 30∼40명분의 식사를 제공한다.복날에는 400여명의 노인들에게 삼계탕을 대접했다.교회 건너편에 있는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의 탈북자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물리치료를 연구해 아픈 노인들을 주물러 줬다.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이들은 이제 한목사 부부가 나타나면 자식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한다.한목사는 새벽 4시에 일어나면 새벽예배를 인도한 뒤 인근 장정산업의 통근버스 기사로 2시간 남짓 일한다.농촌교회 형편상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통근버스 일을 마친 뒤 바로 트럭을 가지고 고물을 수집하러 다닌다.시간이 지나면서 정기적으로 고물을 주는 거래처도 생겼다.이들은 모두 한목사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고 기쁜 마음으로 고물을 준다.평균 70∼80군데를 다닌다.가끔 새벽 2시까지 일할 때도 있다.수집한 고물을 교회 관리를 맡고 있는 강옥현집사(65)와 함께 분리 수거한다.홍경숙 집사(34) 등 여전도회원들은 깨끗한 것을 모아 바자회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매달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번다.교회에서 사례비를 전혀 받지 않는 한목사는 이 돈을 온전히 나눔을 위해 사용한다.수입이 있지만 가끔 한목사 부부는 끼니를 거를 때가 있다.강집사는 지난해 교회에 온 이후 쌀이 4번 떨어져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귀뜸하면서 “요즘 세상에 저런 분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강집사는 한목사의 설교가 은혜롭기 때문에 한번 교회에 출석하면 다른 곳에 가지 못한다고 덧붙인다.한목사 부부는 개척 초창기 생활고 등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도시로 사역지를 옮기기 위해 인근 송탄시에 간 적이 있다.송탄시에서 한 건물에 6개의 교회가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아무 말없이 발길을 돌렸다.한 영혼을 귀하게 여겼던 주님의 마음을 갖기로 결심했다.이제 이들 부부는 농촌 생활에 적응이 됐다.지난 사역기간 동안 고물인생이 새 인생을 찾은 것을 보고 보람을 느끼고 있다.이들은 앞으로도 고물을 모을 것이다.고물사랑이 한국교회 전체로 퍼져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낮은 곳을 향해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취재를 마치고 한목사 부부와 함께 나눈 한 그릇의 국수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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