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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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해치우는 해결사다.터미네이터라는 말 그대로 끝내주는 것이다.공상과학과 액션이 실감나게 어울려 관객을 사로잡았던 이 영화는 람보식 미국 패권주의를 세계에 주입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다.농가에서 콩을 수확하고 나니 느닷없이 누군가가 나타나서 콩 한 포기에 얼마씩 기술료를 내라 하면 농부의 표정은 어떨까.어안이벙벙한 그에게 `터미네이터 기술'로 개량한 콩이니 어쩌고 하면 말문이 얼어붙고 말 것이다.단순한 가상이 아니다.영화는 아직 비현실적이지만 종자에서는 미국 등 강대국이 이런 식으로 약소국 시장을 끝내주려고 덤벼든다.미국의 유수한 씨앗회사와 그밖의 다국적 회사들은 씨앗에 터미네이터 기술을 오래 전부터 도입했다.현재 옥수수,콩,면화 등이 주 품목이지만 다른 종자도 그렇게 될 날이 멀지 않다.이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예컨대 매우 품질좋은 콩을 만들어 낸다.뿐만 아니라 그 옆에서는 잡초가 자랄 수 없는 성분까지 포함하고 있다.농민들이 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이 씨앗을 잘 보관했다가 이듬해 또 심는다.하지만 터미네이터 기술로 조작된 씨앗은 다음 대에서는 새싹이 나지 않고 썩게 되어 있다.당대로 끝나는 것이다.따라서 해마다 농민들은 그 씨앗을 새로 사지 않으면 안 된다.씨앗회사에 얽매인 새로운 농노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경고는 그래서 허황한 우려가 아니다.세계적 씨앗회사들은 각국의 토종씨앗을 무차별 인수 합병해 개량한 뒤 역수출한다.우리도 국내 5대 씨앗회사 가운데 3개가 이미 넘어갔으며 그이전에도 본래 우리 것이던 씨앗이 개량돼 거꾸로 수입되고 있는 형편이다.종자주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이런 위기에서 수원의 농우종묘(사장 고희선)가 세계 최고의 고추,무, 배추 씨앗을 개발했다.이 분야에서만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겨낸 것이다.우리 식생활에 필수품인 이들 씨앗을 우리가 수입해다 가꾸는 것과 대강 비교만 해도 그 대단함을 알 수 있다.우리가 자본이 달려서 그렇지 실력과 투지가 뒤떨어진 것은 아님을 보여준 쾌거다.벼,호박 등도 우리 수준이 뛰어나다.그러나 그 종수가 별로 많지 않다.우리가 종자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건 1천5백종에 불과하다.미국은 8천6백종,러시아는 2천5백종이다.일본,중국에도 크게 뒤져 있다.이 판도나 마 부익부 빈익빈으로 바꾸기 위한 씨앗전쟁이 치열하다.국가차원의 지원이 절대 필요한 까닭이 여기 있다.농우종묘의 승리를 계기로 국가와 국민의 성원이 더욱 구체적,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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